부동산 시장에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거래량 등이 반등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데드캣 바운스(주가가 큰폭으로 떨어지다가 잠깐 반등하는 상황)나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에서 일시적 반등장) 등으로 해석했다. 미분양 물량이 여전히 증가하는 데다 특정 지역 외에서는 거래 활성화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역시 집값 바닥론을 경계했다.
3일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17건으로, 전달(835건)보다 582건 늘었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213건으로 집계됐으며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 거래 건수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서울 송파구 소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 소진 등으로 거래가 있던 건 사실이지만 과거 상승장과는 다른 모양새”라며 “현재 보이는 거래량 증가를 전체 시장의 현상으로 확대 해석하는건 무리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동결 등으로만 시장 전체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부가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꺼내든 카드의 효력이 오히려 상실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매수심리는 다시 냉각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3으로 전주(66.7)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반등했던 지수가 하락 전환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낸다.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요자가 사라지면서 집값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4%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도 높은 주요 단지 중심으로 급매물이 소진되고 완만한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지만 여전히 매수·매도 희망가격 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급매물 위주의 거래가 진행되는 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분양시장마저 회복은 요원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주택 수는 전월(6만8148가구) 대비 10.6% 늘어난 7만5359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에서 미분양 위험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시장에서 일시적인 반등은 있을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는 크게 변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분양 증가도 같은 이유인데, 당장의 아파트 거래량 증가를 잘못 이해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시장 거래량이 늘고 집값 낙폭이 줄면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을 두고 “위험을 감수하고 얘기하면, 아직은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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