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혼돈의 시대 리더십, ‘시스템적 접근’으로 대응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6일 03시 00분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인터뷰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용 환경이 급변하는 환경에 놓일수록 리더는 조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출처 에이미 에드먼드슨 홈페이지
화상 인터뷰로 만난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고용 환경이 급변하는 환경에 놓일수록 리더는 조직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떻게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출처 에이미 에드먼드슨 홈페이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란 신조어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노동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직업의 안정성보다 유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기존의 근무 환경 등에 불만을 품은 직장인들이 늘어나면서 더 나은 선택지를 찾아 회사를 등진 이들의 퇴사 행렬이 줄을 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6개월 새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정리 해고 물결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퇴사의 시대를 지나 ‘대해고의 시대(The Great Layoff)’에 접어들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고용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동료들이 하루아침에 떠나는 상황에서 시름이 깊어진 것은 빈자리를 메워야 하는 직원만이 아니다. 남은 직원의 동요와 이탈을 막고 조직을 계속해서 이끌어나가야 하는 관리자들의 고민 역시 깊어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시기, 어떻게 하면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을지 혜안을 구하기 위해 세계적인 리더십 분야 석학인 에이미 에드먼드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023년 3월 1호(364호)에 실린 인터뷰를 요약해 소개한다.


―고용 환경이 급변하면서 조직 내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조직원들에게 적절한 물질적 제공, 성장 및 발전 기회, 연결 및 커뮤니티, 의미와 목적 등 4가지 가치를 두루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불안이 증폭되는 시기에는 이런 가치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렵고 직원 가치 제안과 관련된 공식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직원들 입장에서도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일자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최근에는 주변만 돌아봐도 해고당한 동료들이 수두룩하게 보이니 원하는 가치에 변화가 생기는 게 당연하다. 조직 내에서 오가는 대화의 양상도 달라졌다. 6개월 전에는 어떻게 직원들을 붙잡아 둘지를 이야기하던 경영진이 요새는 어떻게 직원들을 내보낼지를 이야기한다.”

―불확실성의 시기에 리더들이 놓치기 쉬운 가치는…?

“불안할 때는 리더도 직원도 근시안적으로 변하다 보니 4가지 가치 중 개인적이고 단기적인 요소인 물질적 제공에만 집중하게 될 위험이 있다. 모든 요소를 두루 관리하는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런 접근을 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원 가치 제안에는 양면이 있다. 가치 제안을 잘 설계하고 구현해야 회사는 직원을 유치 및 유지할 수 있고, 직원은 회사에서 원하는 바를 최대한으로 뽑아낼 수 있다. 이 양면이 모두 만족돼야 고용 계약이 잘 유지된다. 리더는 어떤 조건에서 개인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고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는지, 어떤 조건에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는지 동기부여의 요소를 파악해야 하는데 물질적 제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장기적인 요소를 놓칠 수 있다.”

―실직이 두려운 직원들이 생존과 물질적 보상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적인 욕구, 또한 단기적인 욕구 충족을 우선시하는 본능적 편향이 있고 지금과 같은 경기 상황에서는 이런 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 ‘나의 필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만 생각하고 ‘우리의 필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는 뒷전으로 미루게 된다. 이는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행동일 수 있지만 이것이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모두가 ‘우리’를 생각하지 않으면 ‘나’의 필요조차 달성하지 못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본인의 잠재력을 모두 발휘해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지 못하면 직장을 잃고 해고당할 확률도 높아진다. 조직원으로서, 팀원으로서 다른 사람의 일에 선제적으로 나서거나 호기심을 갖고 학습하지 못하면 더 큰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직원들이 이런 편향을 극복할 수 있도록 리더가 숙련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리더가 직원들에게 가치를 제안할 때 시스템적 접근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직원 가치 제안의 네 요소가 한 패키지이며 상호 의존적 관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4가지 요소 사이에 6개의 불가분의 관계가 존재하며 한 레버가 움직이면 다른 레버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가령, 대퇴사의 시대에 직원들이 가장 많이 던지는 질문은 “원격 근무가 허용되는가”다. 물론 사람들이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것도 이해가 되고, 원격 근무가 때때로 매우 실용적인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유연성’을 택하면 ‘연결성’에 있어서 단절이나 소속감 약화라는 대가가 따른다. 한 장소에서 일할 때보다 서로 떨어져서 일할 때 관계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숱한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는 단순히 원격 근무가 ‘좋다, 안 좋다’의 문제가 아니다. 조직 문화와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고 멘토링 등 발전과 성장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고, 이러한 고려 사항도 함께 공유해 통합적으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에이미 에드먼드슨#혼돈의 시대 리더십#시스템적 접근#대퇴사의 시대#고용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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