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하며 9개월 동안 이어지던 5%대 고물가 흐름이 다소 완화했다. 석유류와 축산물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다만 공공요금 인상 여파로 전기·가스·수도 가격은 역대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고, 가공식품도 오름폭을 키웠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3년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올랐다.
물가 상승폭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5월(5.4%) 5%대로 올라선 이후 6월(6.0%)·7월(6.3%)에는 6%대까지 치솟았고, 8월(5.7%) 이후 올해 1월까지 5%대를 유지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가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한 것은 외식 등 개인 서비스 상승률이 소폭 둔화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농축수산물이 전년 동월 대비 1.1% 올랐고, 석유류·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제품은 5.1% 올라 전월(6.0%) 대비 상승률이 둔화했다.
우선 공업제품이 둔화한 것은 석유류(1.1%↓) 하락 영향이 컸다. 석유류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건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이다. 경유(4.8%), 등유(27.2%)는 올랐지만 휘발유(-7.6%)와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5.6%)가 내렸다.
하지만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이 10.4% 올라 전월(10.3%)보다 상승 폭을 키웠다. 이는 2009년 4월(11.1%) 이후 최고치다. 빵(17.7%), 스낵 과자(14.2%), 커피(15.6%)가 많이 올랐다.
농축수산물 중 축산물은 2.0% 하락했다. 축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것은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국산 쇠고기(-6.1%), 수입 쇠고기(-5.2%)가 내렸다. 다만 닭고기는 16.4% 상승했다.
농축수산물 중 농산물과 수산물은 전월보다 더 많이 올랐다. 전월 0.2% 내렸던 농산물이 2월에는 1.3% 올랐고 이 중 채소류가 7.4% 상승했다. 풋고추(34.2%), 파(29.7%), 오이(27.4%), 양파(33.9%)가 대표적 상승 품목이다. 수산물도 전월 7.8%에서 2월 8.3%로 상승 폭을 키웠다. 고등어(13.5%)가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8.4% 급등하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료가 36.2%, 지역 난방비가 34.0% 각각 올랐다.
김 심의관은 “1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이 28.3%였는데 이번에 0.1%포인트 더 올랐다”며 “일부 지자체의 상수도료 인상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5.7%로 전월(5.9%)보다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 외식이 7.5%, 외식 외 개인서비스가 4.4% 각각 올랐다. 외식 외 서비스 물가는 0.7%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4.8% 올라 전월(5.0%)보다 상승 폭이 낮아졌다. 또 다른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4.0% 상승했다.
자주 구매하는 144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5.5%,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6% 각각 상승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부문별로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요금은 상반기 동결 기조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면서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 절감을 통해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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