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째 ‘대표 인선뒤 보자’ 답변”… AI 등 협력사들 사업지연 발동동
계열사 조직개편-인사도 중단 상태… 심사맡은 벤자민 홍 사외이사 사의
KT, 오늘 예정대로 후보 발표 예정
KT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지연되며 KT 협력업체와 자회사들의 경영과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 초 끝났어야 할 KT의 조직 개편이 모두 중단되자 신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해 KT와 협력하는 회사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것이다. KT 협력업체 사이에선 “KT의 의사 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 진행이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KT 대표 선임이 잡음을 빚으며 신사업 분야에서 KT와 손을 잡은 협력업체들 사이에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
KT의 AI 부문 협력업체 관계자는 “(사업에 대해 물어보면) 수개월째 ‘인선이 끝나면 진행하자’는 대답만 돌아오고 있다”며 “IT 업계가 워낙 기술이 빠르게 변하다 보니 2∼3개월이면 많은 상황이 달라져 마냥 기다리기가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자회사 역시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 비씨카드, 케이뱅크 등 주요 계열사의 조직 개편과 인사는 현재 모두 중단된 상태다. 임기가 끝난 임원들도 ‘KT 이사회 개최일까지’ 등의 단기 계약을 맺고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KT에서 지난해 4월 분사해 출범한 KT클라우드의 경우 차기 대표 선임 절차가 장기화되며 투자 유치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클라우드 업체의 임원은 “지난해 12월 구현모 대표의 연임 결정을 국민연금에서 반대하고 나선 이후부터 KT와 KT클라우드 쪽에서 의사결정을 모두 멈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성과를 견인했던 KT 내 신사업 분야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KT 관계자는 “신사업 쪽은 대표가 바뀔 때마다 조직부터 사업까지 모든 것이 바뀐다”며 “새로운 사업을 누군가 책임지고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했다. KT 안팎에선 일부 최고경영진이 실적 내기에 집중해 투자의 적기를 놓친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 같은 업무 공백이 올 상반기(1∼6월) 내내 계속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KT의 조직 개편 및 임원 인사가 다음 달 내 이뤄지더라도 새롭게 취임한 대표가 신사업을 이해하고 추진하는 데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 해의 절반 이상을 날리는 셈이다.
KT는 지난해 12월 구현모 KT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정했지만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후보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인선 과정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후 대표이사 후보 경선에 들어갔지만 이 과정에서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했다.
이에 대해 KT는 “예정대로 7일 면접 심사를 통해 대표이사 후보 1인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KT가 추구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잘 이행할 수 있는 후보를 선정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한편 라이나생명보험 대표를 지낸 벤자민 홍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차기 대표 면접에는 사외이사 6명이 참석해 최종 후보자를 심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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