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55% “상반기 신규채용 없거나 계획 못세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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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대 기업 조사… 취업난 심해져
“국내외 경기 악화-긴축경영 여파”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매출액 500대 기업의 54.8%가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밝혀 취업시장 한파가 예상된다. 뉴스1
2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매출액 500대 기업의 54.8%가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지 않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밝혀 취업시장 한파가 예상된다. 뉴스1
대기업 절반 이상이 올해 상반기(1∼6월) 신규 채용을 하지 않기로 하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상반기 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기업 비중이 작년 조사 때의 두 배로 늘어 취업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54.8%는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채용 미정’인 기업은 39.7%, ‘신규 채용 없음’은 15.1%였다. ‘신규 채용 없음’ 답변은 지난해 7.9%보다 7.2%포인트 늘어났다.

올 상반기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답한 기업(45.2%) 가운데서도 채용 규모를 줄이는 기업이 전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규모를 전년보다 줄이겠다는 기업의 비중은 24.6%로 지난해(4.3%)보다 20.3%포인트 높아졌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기업은 24.6%로 지난해(41.4%)보다 16.8%포인트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이 없거나 채용 규모를 늘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여파, 공급망 불안 등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서’,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등 회사 내부 상황이 어려워서’라는 응답을 각각 29.0%로 가장 많이 꼽았다.

대기업 76곳 “상반기 신규채용 없다”… 1년새 36곳 늘어


한파 불어닥친 채용시장

경기한파에 비용 절감 등 긴축경영
“일감 줄어 기존 인력 줄여야 할 판”
채용기업도 수시-경력직 채용 선호



정보기술(IT) 업체 A사는 지난해 수십 명을 신규 채용했는데 올해는 신입사원을 아예 뽑지 않을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인력을 계속 늘린 건 비대면 수요 확산으로 신규 소프트웨어(SW) 개발 프로젝트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경기 한파로 업계 내 ‘인력 구하기 전쟁’은 온데간데없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신규 프로젝트가 대폭 감소해 기존 인력들도 줄여야 할 판이라 신입사원 채용은 언감생심”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업체 B사도 올해 긴축경영 체제에 돌입하며 신규 채용을 중단하기로 했다. B사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의 ‘록다운’ 조치로 판매 부진을 겪으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라며 “유연한 대응을 위해 비수익 사업을 정리해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매출 500대 기업 중 전경련 조사에서 상반기에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기업은 응답한 126곳 중 19곳(15.1%)이었다. 작년 조사에서는 140개 응답 기업 중 11곳(7.9%)이 같은 답변을 했다. 500대 기업으로 환산하면 상반기 채용 포기 기업이 작년 40곳에서 올해 76곳으로 늘어난 셈이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하려는 기업들의 비용 절감 움직임으로 채용 시장에는 한파가 불어닥친 것이다.

그나마 채용을 하는 기업들도 대규모 공채보다는 수시채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에 대해 ‘수시채용 확대’(31.1%)와 ‘경력직 채용 강화’(28.3%)를 가장 많이 꼽았다. 청년 인재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보다는 필요 인력을 적재적소에 신속히 투입하려는 전략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기업 10곳 중 6곳(57.1%)은 대졸 신규 채용에 수시채용 방식을 활용하겠다고 답했다.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3.8%였고, 공채와 수시채용을 병행한다는 기업은 33.3%였다. 병행 기업 중에서도 10곳 중 7곳(71.4%)이 공채보다는 수시채용 비중을 더 높게 가져갈 계획이라고 했다.

문과 출신 취업 준비생의 설 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 상반기 대졸 신규 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7명(67.5%)은 이공계 졸업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61.0%)보다 6.5%포인트가 늘었다. 인문계열을 뽑겠다는 기업은 32.1%에 그쳤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생태계 실무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10명 중 2명(22.1%)은 ‘중고 신입’으로 나타났다. 중고 신입은 경력이 있지만 경력직이 아닌 신입직으로 지원해 취업한 사원을 뜻한다. 중고 신입의 평균 경력 기간은 1.4년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다 보니 신입직 채용에서도 경력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대기업#상반기 신규채용#500대 기업 조사#취업난#긴축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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