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민간소비 증가세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대출금 상환 부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8일 ‘BOK이슈노트’에 실린 ‘국별 비교를 통한 소비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 “지난해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힘입어 예년 수준(2.6%)을 큰 폭 상회하는 회복세(4.3%)를 보였으나 앞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주택가격 하락 등으로 소비회복이 상당폭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와 주요국의 민간소비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크게 위축된 이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회복 국면은 국가별로 다소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방역해제 이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 속도가 빨라졌으나 팬데믹 이전 추세를 하회하는 상황에서 회복 모멘텀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미국은 대규모 정부지원으로 2021년 2분기중 팬데믹 이전 추세를회복한 이후 타이트한 노동시장이 견조한 소비흐름을 뒷받침 하고 있다. 유로지역은 리오프닝 효과와 완화적 재정정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회복세가 둔화됐다.
한은은 소비여건을 가계의 소비여력, 주택경기 및 기타요인의 측면에서 주요국과 비교를 통해 점검했다.
점검 결과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노동공급이 크게 늘어난 반면, 노동수요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지 않아 향후 추가적인 고용 증가 및 임금 상승을 통한 소득 개선 정도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 실질구매력은 2019년 4.1%에서 2020년 -0.3%로 줄어든 후 2021년 3.5%, 2022년 3.0%를 나타냈다. 올해는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금의 경우 미국보다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한데다, 주요기업 실적 부진 등을 감안할 때 상승폭이 제한적일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주요국과 달리 초과 저축 누증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초과저축은 향후 소비재원으로 활용되면서 소비회복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있다. 초과저축 증가세가 주요국보다 높은 것은 리오프닝 시기가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주로 기인한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기와 소비심리 간의 상관성이 높고 소비심리와 민간소비간 동행성도 높기 때문에 향후 경기회복으로 소비심리가 개선될 경우 누적된 저축이 소비재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과 부동산 경기 위축은 소비 회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국에 비해 가계부채 수준이 크게 높은 데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도 커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상당기간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경험했으나 우리나라는 이 기간중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데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주요국을 큰 폭 상회해 높은 금리가 가구의 이자비용에 빠르게 반영됐다.
우리나라의 주택경기가 주요국보다 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따른 역자산효과와 이사 수요가 큰 내구재(가전및 가구 등) 소비 위축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오태희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여건을 국별 비교를 통해 살펴본 결과 원리금 상환부담 증가, 주택경기 부진의 부정적 영향이 민간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적인 고용 증가 및 임금 상승이 제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 가계소득이 더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중 민간소비 증가세가 전년에 비해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간 축적된 가계저축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리오프닝이 늦어 초과저축이 향후 소득충격의 완충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