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및 자영업자가 금융사에서 빌린 돈이 217조 원 늘면서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은행 대출 창구로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별대출 잔액은 1797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217조 원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직전 최대 증가폭인 2021년(187조10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다만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으로 4분기로만 따지면 28조 원 늘어나는데 그치며, 지난해 2분기(68조4000억 원), 3분기(56조6000억 원)보다 대출 증가폭이 확연히 둔화됐다.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1176조4000억 원으로 연간 역대 최대폭인 149조2000억이나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제조업(454조6000억 원)도 1년 전보다 역대 가장 큰 폭인 39조3000억 원 늘었다.
자영업자의 빚 부담도 커졌다. 지난해 말 예금은행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의 비법인기업 대출 잔액은 117조3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조9000억 원 많아졌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기업들이 금융기관 대출을 주된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했다”며 “예금취급기관 입장에서도 가계대출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기업대출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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