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공정거래법이 처음 시행됐지만 독과점 폐해 방지나 경제력 집중 억제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1986년 1차 개정에서 지주회사 설립 금지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1997년 말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국가 경제 운영이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아래에 들어갔다. IMF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기업재무제표의 투명성 제고 등을 통해 한국 경제 체제를 세계적 흐름에 맞도록 변화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는 1999년 2월 불가피하게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되 매우 엄격한 행위 규제를 부과했다. 다만 2000년 12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주식을 현물출자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처분 시점까지 연기해주는 특례를 도입해 지금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 특례는 세금을 면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한 데에는 이러한 과세이연 혜택이 한몫했다. 하지만 이 특례는 올해 12월 31일 일몰된다. 그렇다 보니 최근 들어 부쩍 지주회사로 전환을 서두르는 기업들이 많다.
기업을 신설해 지주회사를 만드는 수단으로 상법상의 분할을 일반적으로 떠올린다. 분할은 다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로 나누어진다. 한동안 인적분할이 국내의 분사 방법으로 주류를 이루었지만 ‘자사주를 매개로 지배주주가 자신의 지배력을 높인다’는 비판이 줄기차게 제기됐다. 이로 인해 물적분할이 지주회사 설립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다만 기존 주주와 신설되는 자회사와의 관계가 모회사를 통한 간접적인 것으로 변질된다는 이유로 인해 많은 비난을 받았다. 결국 분할 반대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규정이 작년 12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포함됐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에서 ‘분할은 무조건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이용되는 나쁜 수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기업 경영진이 자신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기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어느 유형의 분할이든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존중돼야 한다. 물적분할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인적분할마저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본다면 기업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는 냉정한 시각으로 인적분할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인적분할을 위해 단순히 자사주를 취득했다고 해서 이를 마법의 재료로만 인식해선 안 된다. 분할하려는 기업에 자사주가 얼마나 있는지, 자사주를 왜 매입하게 되었는지와 그 활용 방안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게다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마당에 과세이연이라는 막차를 잡아타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는 것이야말로 경영진의 무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