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전세’ 경매 때 ‘임차권 등기’ 살펴봐야 [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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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로 임차권 등기 물건 늘어
세입자 주민등록-확정일자 살펴야
언제 등기-배당요구 했는지도 확인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얼마 전 첫 경매에 도전한 A 씨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소재 빌라를 1억 원에 낙찰 받았다가 입찰보증금 1000만 원을 포기했다. 대법원 현황조사서에는 점유자가 없어 입찰에 참여했는데,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니 임차권 등기 명령에 의한 임차권 등기가 돼 있었다. A 씨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따로 인수해야 해서 입찰보증금을 포기했다”고 했다.

최근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나 보증보험회사에서 신청한 경매 물건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물건 중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에 따른 임차권 설정 등기가 이뤄진 물건이 급증하고 있는데, 잘 모르고 입찰하면 예상치 못하고 세입자 보증금을 인수해야 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먼저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이란 전세 계약 기간이 종료됐음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단독으로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는 제도다.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가 증가한다는 건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깡통전세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임대차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주민등록을 옮기거나 이사할 경우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요건’을 상실하게 된다. 주택이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 임차보증금을 지킬 수 있는 대항력과 확정일자에 따른 우선변제권,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권 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임차권 등기를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세입자가 점유를 옮기거나 주민등록을 타지로 이전하더라도 기존에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 등이 유지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이런 경매 물건에 입찰하고자 하는 경매참여자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자.

첫째, 세입자의 주민등록 일자와 확정일자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는 등기부등본 을구에 표시되고, 권리자 및 기타 사항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주민등록일이 등기부등본상 다른 권리보다 빠르다면,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으로서 추후 낙찰자가 임차보증금을 별도로 물어줘야 할 수 있다. 따라서 배당받을 수 있는 확정일자를 갖추었는지, 확정일자가 다른 권리보다 빠른지도 확인해 본 후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둘째, 임차권 설정 등기 날짜가 경매 개시 결정 등기일보다 이른지 혹은 늦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임차권 설정 등기일이 경매 개시 결정 등기일보다 이르다면, 세입자가 법원에 배당 요구 신청을 하지 않아도 배당 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동으로 배당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경매개시 결정 등기일 이후에 임차권 설정 등기를 했다면, 법원에 배당 요구 신청을 해야만 배당 절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배당 절차에 참여할 수 없다면, 낙찰자는 별도로 세입자의 보증금 전액을 돌려줘야만 임차권 설정 등기를 말소할 수 있다. 세입자의 배당 요구 신청 여부는 법원에서 매각 기일 1주일 전에 공개하는 매각물건 명세서로 확인할 수 있다.

셋째, 경매 개시 결정 등기 이후에 임차권을 등기한 세입자가 법원에 배당 요구를 했더라도 그 신청일도 확인해 봐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면 통상 첫 매각 기일의 1개월 이내로 배당 요구 종기일을 정하는데, 만약 배당 요구 종기일을 넘겨 신청했을 때는 배당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세입자의 배당 요구 신청일과 법원 배당 요구 종기일 역시 매각물건 명세서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깡통전세#경매#임차권 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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