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여의도에 초고층 아파트 재건축 바람
2: 2002년 타워팰리스 이후 초고층 아파트 봇물
3: 일반 아파트보다 건축비 관리비 최고 2배 이상
4: 수익성 좋고, 지역 랜드마크 조성 효과 기대
5: 조망권 독점, 교통난 심화 우려 등은 해결과제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말 홍수를 이룬 부동산 정보 가운데 알짜를 찾아내 그 의미와 활용방안 등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최근 서울 여의도가 뜨겁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주택정책인 ‘신속통합기획’(이하 ‘신통기획’)을 활용해 재건축을 추진하는 여의도 노후단지들이 초고층의 꿈을 꾸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고층은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 이상인 건축물입니다. 웬만한 사무용 빌딩보다 높은 아파트가 생기는 셈입니다.
우선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신통기획 1호로 재건축을 추진 중입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시범아파트에 대한 신통기획안을 확정했는데, 최고 65층 재건축을 허용했습니다. 한양아파트도 지난 1월 신통기획안을 통해 최고 54층 재건축이 가능해졌습니다.
삼부아파트와 대교아파트도 신통기획에 참여할 방침으로 알려졌습니다. 삼부아파트 재건축 추진위는 지난 1월 신통기획에 따른 정비계획안 신청서를 영등포구청에 냈는데, 용적률 500%를 적용해 최고 56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내용입니다.
59층 높이로 재건축을 준비 중인 대교도 최근 영등포구로부터 재건축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밖에 진주아파트도 58층으로 재건축하는 정비계획안을 구청에 제출한 상태입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초고층 건물은 건축과정만 보면 경제성은 떨어진다고 합니다. 통상 30~40층이 경제적으로 효율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 이상으로 높아지면 특수자재를 사용해야 하고, 최첨단 공법이 필요해 공사비가 2배 이상 더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일까요. 그 속내를 짚어보겠습니다.
● 2000년대 접어들며 초고층 아파트 경쟁 시작
198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 아파트는 저층 저밀 형태였습니다. 1970년대 정부는 특정지구개발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통해 서울의 반포, 잠실, 여의도, 압구정 등을 아파트지구를 지정하고 택지를 공급했습니다.
그런데 급격한 서울 인구집중과 고도성장으로 인한 중산층 증가로 인해 서울의 주택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자 정부는 1988년 200만 채 주택공급계획을 발표합니다. 이후 지어진 1990년대 아파트는 대부분 15~24층 이하의 중층 아파트입니다. 당시까지도 고층이 없었던 데에는 아파트 건설기술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주택모기지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과 같은 주택건설을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는 2000년대 접어들며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최고층 건축물은 63빌딩(한화금융센터63)이었습니다. 1985년 준공(사용승인은 1986년 9월 2일)된 63빌딩(60층·249m)은 이후 2002년까지 20년 간 국내 최고층 타이틀을 지키다 2003년 양천구 목동 ‘하이페리온(74층·250m)’에 자리를 넘겨줍니다.
이후 초고층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이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건축물생애이력관리시스템(https://blcm.g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특히 지난 1월에 ‘전국 모든 30층 이상 건물’이라는 제목의 자료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은 모두 4863동에 달합니다. 50층 이상 초고층도 118개동이나 됩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앤롯데월드몰의 월드타워동입니다. 123층에 높이가 무려 555m에 달합니다. 뒤를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엘시티 랜드마크타워동(101층·411m)과 타워A동(85층·339m) 타워B동(85층·333m)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습니다.
50층 초고층 건물 가운데 88.1%(104개)는 아파트(공동주택)입니다. 월드타워나 랜드마크타워는 판매시설 숙박시설 관광휴게시설 등을 갖춘 복합업무시설이지 아파트는 아닙니다. 이들을 제외할 때 최고층 아파트는 엘시티 타워A동입니다. 2019년 11월 29일에 사용승인이 떨어진 이 건물에는 아파트 441채가 있습니다. 뒤를 이은 타워B동에도 아파트가 441채가 들어서 있습니다.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3곳 가운데 2곳은 서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때 초고층 고급아파트의 대명사처럼 불렸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의 G동(69층·263m)과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69층·250m)입니다. 마지막 자리는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메타폴리스 A동(66층·249m)이 채웠습니다.
17개 시도별로 보면 104개 동 가운데 부산에만 무려 36개 동이 밀집해 있습니다. 이어 경기(19개) 인천(17개) 서울(12개) 대구·대전(각 8개) 울산(2개) 경남·충남(각 1개)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나머지 광주와 세종, 강원 충북 경북 전남 전북 제주 등 8곳은 아직까지 한 곳도 없습니다.
국내 초고층 아파트의 평균 층수는 57.5층이며, 대부분 2010년대(78개)에 건축허가를 받은 뒤 평균 49개월의 공사를 거쳐 사용허가를 받았습니다. 가장 오래된 초고층 아파트(사용승인일 기준)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A·B·C동으로, 모두 같은 날(2002년 10월 23일)입니다.
● 구조 안전 보강시설물 설치 등으로 건축비 2배
앞서 언급했든 초고층 아파트는 공사비도 많이 듭니다. 구조 안전을 위해 지하층을 깊게 파고, 초고강도 콘크리트로 시공하거나 비싼 건축기자재를 쓰기 때문입니다. 고층으로 올라갈수록 지진이나 바람에 의해 취약해질 수 있어 구조안정성을 보강해줄 특수구조물도 설치해야 합니다.
50층 이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초고층재난관리법’에 따른 안전 규정도 공사비 증가 요인입니다. 이 법에 따르면 초고층은 30개 층마다 대피층을 설치해야 합니다. 2010년 부산에서 38층 주상복합 마린시티 우신 골든스위트 화재를 계기로 생겨난 규정입니다. 일반적으로 대피층은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비워둔 형태입니다. 비용이 그만큼 추가되는 셈입니다.
공사기간이 긴 것도 건축비 증가의 또다른 요인입니다. 일반 아파트는 평균 2년 정도 걸리지만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는 30개월(2년 6개월), 50층 이상은 40개월(3년 4개월)을 훌쩍 넘습니다.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인건비 등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업계 관계자들은 초고층아파트 건축비는 일반 아파트보다 2배 정도 비쌀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도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공공재개발 사업 가운데 역대 최고 건축비로 화제가 됐던 서울 동대문구 용두 1-6구역입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아 지하 8층~지상 61층, 4개 동에 아파트 999채와 오피스텔 85실 등을 짓는 사업입니다. 이를 위한 공사비로 922만 원(3.3㎡ 기준)이 책정됐습니다. 전년도 서울지역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13곳의 평균 공사비(578만5000원)보다 60% 정도 높은 수준입니다.
2016년 분양했던 해운대 엘시티도 비싼 건축비로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20층대 일반 아파트 건축비(300만~400만 원)의 2배 수준인 737만 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업계에서는 “초고층 건물은 골재 공사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고급주택에 들어가는 값비싼 마감재와 인테리어 때문에 공사비가 올라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매달 내야하는 관리비도 일반아파트보다 비쌉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go.kr)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일반 아파트의 월 관리비(1㎡ 기준)는 1170원이었습니다. 주상복합아파트 형태로 지어지는 경우가 많은 초고층은 1686원으로 44%이상 높았습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초고층아파트 관리비가 중층이나 고층보다 낮은 것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그런데 건축법 기준과 달리 초고층을 25층 이상, 중층은 6~12층, 고층은 13~24층으로 각각 정의하고 있어 50층 초고층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 다양한 도시 경관 vs 조망권 일조권 침해
이러한 단점에도 건설업계가 치열하게 초고층 경쟁을 벌이는 주된 이유는 ‘수익성’입니다. 용적률을 높여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집을 지었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을 내기 쉽습니다. 초고층 아파트 공급으로 자사 주택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분양에도 유리합니다. 초고층 아파트의 희소성에 잘 팔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나 서울시가 초고층을 장려하는 것은 환경 친화적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세계적인 개발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최근 도시개발은 수평적인 확산보다는 압축적인 수직 개발을 선호합니다. 게다가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이색적인 스카이라인 형성이나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초고층 아파트 바람을 몰고 온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시정브리핑에서 35층 이하로 짓도록 돼 있는 규정(이른바 ‘35층 룰’) 폐지 이유에 대해 “뚝섬유원지에서 한강을 보면 두부를 똑같이 잘라놓은 것 같은, 바람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 답답한 배치를 볼 수 있다”며 “반면 광진구 쪽을 보면 높낮이가 조화롭게 배치된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병풍 아파트’가 아니라 다양한 경관을 창출할 방법으로 고층 아파트를 허용하겠다는 뜻입니다.
오 시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 2월 9일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주거분야 디자인 혁신 방안으로 성냥갑 아파트 퇴출 2.0을 재시동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를 위해 경관, 조망, 한강 접근성, 디자인 특화설계 등과 같은 요건을 충족하면 초고층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초고층 아파트에 대한 우려도 적잖습니다. 무엇보다 초고층 건물이 주변지역에 미치는 악영향입니다.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좋은 경관을 누리겠지만, 아래에 사는 단독주택이나 빌라 입주민들은 하늘을 보기조차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즉 전망권 훼손은 불가피해집니다.
주변 건물보다 높고 큰 건물이 들어서면서 발생할 일조권 침해와 프라이버시 침해도 문제입니다. 여기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심각한 교통 유발 효과로 인한 주변 일대의 교통 체증 우려도 선결과제입니다. 인허가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를 꼼꼼하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고층 건물의 또다른 문제점은 내구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100년 이상 가는 건축물로 지어야 하는데 그에 따른 공사비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 다음 재건축 때는 500%, 1000%로 용적률을 상향해야만 재정비가 가능할 텐데 미래 후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그렇다면 초고층아파트 입주민의 거주 만족도는 어떨까요. 학술논문 등을 보면 전반적으로 입주민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범죄 방지와 전망권, 사생활 보호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사용이 불편하고, 창문을 열기 어려워 비가 오는 풍경과 소리를 듣고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화재나 자연재해 발생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초고층 아파트는 대부분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시설로 자리매김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 지역 내 랜드마크 주거시설로 평가받고 있으며 가격도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고층 아파트인 부산 해운대구 엘시티 194㎡ 77층 아파트의 매매가는 36억8000만 원이었습니다. 3.3㎡ 기준 6267만 원으로, 인근 아파트 평균 매매가(2571만 원)보다 2.4배 이상 높았습니다. 서울 양천구 현대 하이페리온 183㎡ 타입도 4800만 원대에 호가가 형성돼 양천구 평균 매매가(3765만 원)를 1000만 원 정도 웃돌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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