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는 ‘블랙 먼데이’를 피했습니다. 정부와 중앙은행, 바이든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급한 불을 끈 덕분이죠.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는 0.45% 상승 마감했고요. 다우지수와 S&P500은 각각 0.28%와 0.15%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일요일(12일) 밤 미국 정부가 SVB 사태와 관련해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결정했단 소식은 들으셨을 겁니다. 예금보험 한도(25만 달러)를 넘는 금액까지 모두 보호해주기로 한 건데요. ‘뱅크런’과 다른 은행으로의 위기 전염을 막기 위해서죠. 참고로 한국에서도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 당시에 같은 조치(예금 전액 보장 제도)를 취한 적 있는데요. 그걸 미국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군요.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아침 대국민담화에 나섰는데요. SVB 사태와 관련해 은행 예금자와 정상적인 거래 관계자는 모두 보호받을 거라며 시장을 안심시켰습니다. 단, 경영진은 모두 해고되고 SVB 주식에 투자한 이들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죠.
물론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이날도 은행주 주가가 요동쳤는데요.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61%, 웨스턴얼라이언스방코프는 47%나 주가가 폭락했습니다. 다음 웰스파고와 씨티그룹도 각각 약 7% 주가가 빠졌죠. 아직은 끝난 게 아닐 수 있다는 의심이 잔존해있단 뜻입니다.
투자자들은 은행권 불안이 시장 전반에 끼칠 득실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기 바쁩니다. ‘이제 드디어 연준이 긴축행보를 멈출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다이앤 스웡크는 이렇게 말합니다. “연준의 긴축을 탈선시킬 수 있는 유일한 건 금융위기일 거라고 우린 항상 말해왔습니다.”
전문가 전망은 제각각입니다. 골드만삭스와 바클레이스는 다음주 열릴 3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거라고 전망을 수정했습니다. 일본 노무라 은행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거란 전망을 13일 내놨고요(3월 금리 인하를 예측한 건 노무라가 처음). JP모건은 아직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던 며칠 전과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채권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3일 0.56%포인트 하락한 4.03%로 급락했습니다. 1987년 10월 이후 하루 낙폭으론 최대라고 합니다. 지난 주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5%를 넘어서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아주 극적인 변화인데요. 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너무 큰 움직임입니다. 시장은 엄청나게 과잉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잊었습니다.”(PGIM픽스드인컴 최고투자책임자 그레그 피터)
SVB 사태를 포함한 최근 며칠의 상황 변화가 워낙 극적이라서 솔직히 예측이 무의미하지 않나 싶은데요. 엇갈리는 월가의 금리 전망처럼 연준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듯합니다. 피터슨인스티튜트 선임연구원 니콜라스 베론의 말대로 “만약 중앙은행이 그렇게 해도(금리 인상을 멈춰도) 저주받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저주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14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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