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에 나타난 재계 회장들 “회복버스 몰고 왔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4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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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울산소방본부 소속 대원이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했습니다. 이런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실전 화재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을 울산에 짓고 있는데 규모가 작습니다. 회장님들이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4일 울산북부소방서에 소방관 30여명이 모여 진행된 간담회 중 나온 요청이었다. 이를 들은 ‘회장님들’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소방관) 여러분이 이 시대의 영웅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예방안전과 소속의 소방관은 회장들에게 “상공의날 기념주간을 맞아 많은 상공인들을 만날텐데 화재예방 당부하는 말씀을 짧게라도 부탁드린다. 화재예방은 시민들이 참여할 때 이뤄지는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회장들은 모두 미소로 화답했다.

이날 총수들이 울산을 찾은 것은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가 진행하는 ‘제1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는 ERT 회원사들이 함께 사회공헌활동 주제를 선정해 공동 실천하는 연간 프로젝트다. ERT는 최 회장과 정 회장 등을 주축으로 기업의 기술, 문화, 아이디어를 모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참여기업은 출범 당시 70여개에서 10개월 만에 701개로 늘었다.

ERT 출범 후 재계 총수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실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는 “지역에서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기업인들이 격려하자”는 정 회장의 제안에 조 회장이 화답하며 성사됐다. 울산은 현대차의 첫 공장이자 세계 최대 생산기지가 위치해 있고, 효성그룹의 뿌리인 동양나이론 공장이 세워진 곳이다. 두 기업에게 모두 의미 있는 장소다.

현대차그룹은 총 52억 원 상당의 ‘재난현장 소방관 회복버스’ 8대를 소방청에 기증했다. 무공해 수소전기버스도 1대 포함돼 있다. 재난현장에서 소방관들의 과로와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워낙 고가여서 지금까지 전국에 10대밖에 없었다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회복버스에 캡슐형 프리미엄 좌석, 의료장비, 산소공급 시설을 적용했다. 실제 소방공무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의료 및 편의 기능을 추가 탑재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저희가 차밖에 더 만들겠나. 계속 회복버스를 많이 지원하겠다”고 했다.

효성은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현직 소방관의 복지 증진을 위해 3억 원을 기부했다. 효성의 기부금은 순직 소방관의 유자녀 장학금, 유가족 힐링캠프, 현직 소방관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에 쓰인다. 조 회장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안전이고 안전을 책임지시는 분들이 가장 존경받고 대우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방관들을 격려했다.

ERT 출범을 주도한 최 회장도 이날 행사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은 소방관들과의 간담회 이후 울산항만공사로 자리를 옮겨 간담회를 한 차례 더 가졌다. 김재균 울산항만공사 사장이 ‘울산항 개항 60주년’을 언급하자 최 회장은 “SK이노베이션 역사와 비슷하게 돌아간다. 같이 늙어간다”며 웃었다. 이 간담회에선 사회적기업인 우시산의 변의현 대표가 나와 페트병이나 헌옷으로 만든 양말, 티셔츠, 지갑, 수건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항만공사 등과 협약을 맺고 자원 재활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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