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액지급 보증, 뱅크런 확산 막아
韓 외환위기때 시행했다 조기 종료
예금 보호 한도 상향안도 8월 공개
국민연금, SVB 주식-채권 1389억 보유
금융당국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충격 확산을 막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 ‘예금 전액 보호’ 조치를 유사시 국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SVB 파산 사태 이후 김주현 위원장의 지시로 예금보험공사 등과 함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했을 때 금융사의 예금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제도적 근거와 시행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12일(현지 시간)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예금자 보호 한도를 넘는 예금도 전액 지급 보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예금자 보호 한도는 계좌당 25만 달러(약 3억3000만 원)인데 금융당국이 이 한도를 없애면서 시장의 불안감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개인별로 은행당 5000만 원씩 예금을 보호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보호 한도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비상 상황에 정부가 한도 제한을 없애는 작업에 나설 제도적 근거는 마련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당장 이런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닥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SVB의 특수성 등을 감안했을 때 국내에서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향후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염두에 두고 절차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은행, 보험 등 업권별 예금과 이자 전액을 정부가 지급 보장하기로 했다가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1998년 7월 조기 종료한 사례가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예금자 보호 한도를 상향하는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자 보호 한도는 2001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오른 이후 23년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한도를 그동안 경제 규모 확대나 물가 상승을 고려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이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며 올 8월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보호 한도를 상향할 경우 예금의 안전성은 높아지지만 소비자의 비용이 될 수 있는 예금보험료율도 높아지는 부담이 생긴다. 금융당국은 현재 국내 개인 예금자 대부분은 5000만 원 한도로도 충분히 보호가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 총 1389억 원의 SVB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SVB 주식에 9600만 달러(약 1218억 원), SVB 채권에 171억 원을 각각 투자했다. 국민연금 측은 “SVB의 거래가 정지돼 매도 등의 단기 대응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거래가 재개될 경우 제3자 인수 조건 등을 보며 매도 또는 보유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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