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한국의 가장 공격적인 노력.”(미국 블룸버그통신)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주도해 조성할 경기 용인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으로도 화성·기흥-평택-이천-판교를 잇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함으로써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상황에 뒤지지 않을 전진기지를 갖추게 됐다.
● 생산유발 700조 원, 고용유발 160만 명
삼성전자는 15일 ‘제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올해부터 2042년까지 서울 여의도 넓이의 2.4배인 710만 ㎡(약 215만 평)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0년간 3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클러스터는 용인시 남사읍에 만들어진다.
삼성전자는 우선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한다. 이 외에도 국내와 해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등 150곳 유치를 목표로 잡았다. 클러스터에서는 기업, 연구소, 대학이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을 공동 수행할 예정이다. 또 국내 팹리스 기업의 시제품 제작과 양산을 집중 지원해 매출 1조 원대 팹리스 10곳을 육성할 계획이다. 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을 위해서는 전후방 사업까지 포함한 생태계 전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로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 700조 원과 고용유발 효과 160만 명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의 기흥·화성, 평택에 용인이 가세하면서 메모리,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삼각벨트가 조성된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이천 생산단지, 팹리스 밸리인 판교까지 더해질 경우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조성된다는 의미도 있다. 지역적인 연결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는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산업 전 분야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연결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 약점이었던 시스템반도체에 집중 투자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이지만 시스템반도체 부문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 대만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15.8%로, 대만 TSMC의 58.5%와 격차가 크다. 팹리스 부문의 경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차세대 유망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에 3조2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전력,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타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1위를 넘어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반도체 1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외신들도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에 주목했다. 영국 BBC는 “반도체 부문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자국 제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따라 한국도 움직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가 용인 클러스터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본격적인 추격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이 가능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TSMC뿐이다. 지난해 3나노 양산을 시작하는 등 기술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TSMC가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신주과학단지에 1나노 공정 건설을 추진하는 등 생산시설을 확장해 나가는 반면에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설비는 경기 평택과 미국 오스틴 공장,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일러 공장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는 용인 클러스터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해 생산 라인을 미리 확보해 놓고 고객사를 유치하는 ‘셸(shell) 퍼스트’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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