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국내 증시가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반대매매가 5개월여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달 초 코스닥 급등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늘면서 반대매매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반대매매금액은 30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27일(383억원) 이후 약 5개월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코스피가 올 들어 가장 큰 폭(-2.56%)으로 떨어진 14일에도 267억원 어치의 주식이 반대매매됐다.
반대매매는 증권사가 주식을 담보로 투자자에게 자금을 빌려준 뒤 만기까지 갚지 못하거나 주식 평가액이 일정 수준(주식담보비율의 약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고객의 동의 없이 강제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 시 증권사는 담보 주식을 하한가로 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게 된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로 반대매매가 이뤄질 수 있는 위탁매매 미수금도 급증했다. 14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은 2966억원으로 지난해 9월29일(3802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거래를 하고 결제일(만기)인 3거래일째까지 갚지 못한 금액을 의미한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13일 12.5%까지 치솟았다.
연초 이후 증시가 상승 랠리를 펼치며 신융거래융자 규모가 늘어났으나 SVB 사태로 증시가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달 1일 8조2869억원에서 13일 9조1938억원으로 10.9%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선 같은 기간 7조9667억원에서 9조1539억원으로 14.9%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지난 6일 고점(816.51)에서 전날까지 4.3%, 코스피지수는 3.3% 떨어졌다. 신용융자 잔고율이 높을수록 반대매매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주가 등락폭이 크고, 시가총액 대비 신용잔액 비율이 높아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추가로 쏟아질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총 18조3476억원인데 이 중 코스닥 비중은 절반이 약간 넘는 9조1538억원으로 연초(7조7568억원) 대비 늘어났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닥 소형주 지수 종목들의 신용융자잔고는 6.06%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소형주 지수는 이달 6.84% 하락해 코스닥지수(-3.70%)보다 낙폭이 컸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테마주는 짧은 시간에 폭발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시장의 수급이 받쳐주지 않거나 다른 테마가 시장을 장악할 경우 순식간에 손실을 볼 수 있어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매매”라며 “현재 증시는 불확실성이 큰 모습으로, 테마주에 대한 뇌동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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