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이자수익으로 성과급과 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하는 은행권 ‘돈잔치’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이댄다.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고, 성과급을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주식과 스톡옵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희망퇴직금도 주주총회 등에서 평가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에서 주요 은행들의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공개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성과급과 퇴직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약 3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36조9288억원으로 전년(30억3062억원) 대비 21.9%(6조6326억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27조309억원) 대비로는 무려 1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고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5대 은행이 지출한 인건비는 이자 수익의 약 30%에 달하는 총 10조7991억원이었다. 이는 전년(10조2318억원) 대비 5673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고정급여가 5조4044억원, 성과급 1조9595억원, 퇴직금이 1조5152억원이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이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점, 또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 돼 있다는 지적 등을 감안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은행의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인건비 비중과 개별 보수의 구성, 희망퇴직금 등에 대해 국내은행과 글로벌 주요은행을 비교분석해 추가 개선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현재 5대 은행 성과보수체계를 살펴보면 직원 성과급은 고정성과급에 특별성과급을 더해 지급된다. 고정성과급은 월 기본급의 400%를 기준으로 하되 직원별 KPI에 따라 280~560% 차등 지급한다. 특별성과급은 사전에 설정된 은행 단기 경영목표 달성시 수익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배분하며, 구체적 지급기준은 사전 노사합의에 따라 은행장 전결로 지급된다. 단 외국계 은행 중 1개 은행은 특별성과급 제도가 없고, 다른 1개 은행은 제도는 있으나 최근 2년간 미지급했다고 금융위는 부연했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은행장 보수를 결정할 때 수익성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장의 총 보수는 ‘고정보수’와 단기성과와 정기성과를 고려한 ‘성과보수’로 구성된다. 이중 단기성과급 평가시 활용되는 정량지표에 수익성이 32~45%로 배점이 가장 높았다. 건전성과 자본적정성 등은 각각 8~15%, 0~10% 수준에 불과했다. 수익성 비중은 장기성과급 평가시엔 60~95% 정도로 더 커졌다. 또 장기성과급에는 통상 은행 경영목표 또는 디지털 전환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비이자이익 기반 확대 등이 지표로 활용되는 ‘정성평가’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국계 은행들의 수익성지표 평가 배점은 30% 미만 수준에 불과했다.
아울러 국내 은행의 경우 통상 보수위원회가 은행장 등 임원의 성과를 평가하지만, 일부 은행은 지주회장의 은행장의 정성평가부문을 직접 평가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환수·유보·이연 정책과 관련해서도 일부 은행들은 제대로 규정 또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따.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성과급 지급시 단기적 성과 뿐 아니라 장기적 성과까지 평가하고, 지급방법도 이연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또 지급수단도 현금 뿐 아니라 주식·스톡옵션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에 대해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성과평가 기간을)7년을 더 한다, 3년을 더 한다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이에 대한 지급도 장기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한다는 것”이라며 “이연지급제와 같은 주식, 스톡옵션 등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 부위원장은 “성과보수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외부적 요인보다는 실질적 성과에 따라 중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 성과보수체계를 투명하게 공시하는 등 은행권이 스스로 개선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주주환원·배당은 단순히 주주(Shareholder)의 문제가 아닌 이해관계자(국민, 금융시장참여자·Stakeholder)까지 고려해 보다 폭넓은 관점을 가지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이익이 어떻게 구성되고 그 이익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분배되는지를 국민과 금융시장에게 충분히 설명한다면 의문과 논란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희망퇴직금과 관련해선 “은행의 경영효율화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겠으나, 상당히 큰 규모의 비용이 소용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희망퇴직금 지급수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 규모에 연계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조직·인력 효율화 관점에서 판단해야한다”며 “주주와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회의에서 금융위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비해 경기대응완충자본과 스트레스완충자본 제도 등의 도입을 통해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국내 은행의 전반적인 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총신용 규모 등을 고려해 올해 안에 경기대응완충자본 부과를 적극 검토키로 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에 추가자본을 0~2.5%까지 적립토록 하고 신용경색 발생시 자본적립 의무를 완화해 이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급증한 여신의 향후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위 의결을 통해 올해 2~3분기 중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은행별 리스크관리 수준과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차등적으로 추가자본 적립의무를 부과하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제도 도입도 추진한다. 동시에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테스트 전 과정에 대한 검증,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제도정비도 병행한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미국 SVB에 이어 시그니처 은행까지 폐쇄됐으나 국내 은행은 양호한 유동성과 충분한 기초체력을 가지고 있고, 관련 미 은행들에 대한 익스포저도 크지 않아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높은 경각심을 갖고 금융안정 유지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오는 22일 예정된 제4차 실무작업반에서는 예금 비교·추천 혁신금융서비스의 추진현황과 향후 계획을 살펴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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