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타샤의 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하는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줘. 그 애는 축구를 좋아하고 전자 클럽에서 우등생으로 활동 중이야. 딸에게 할 우리의 조언은 대담하고 모험적으로 살아가라는 거야.”
마치 PPT 전문가에게 전하는 듯한 지시문, 하지만 지시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었다. 지시문과 함께 ‘재미있고 신나는 분위기 연출’ 등 간단한 추가 정보를 입력하자, 단 몇 초 만에 졸업을 축하하는 PPT 10여 장이 생성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16일(현지 시간) 생성형 AI를 MS 365를 비롯한 자사의 업무 생산 도구에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이날 공개된 서비스는 한국어로 ‘부조종사’라는 뜻의 ‘MS 365 코파일럿(Copilot)’. 14일 공개된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 ‘GPT 4’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MS는 “기존 MS 365에 도입된 챗GPT보다 코파일럿이 더욱 강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엑셀, PPT, 워드 등 전 세계 다수 이용자가 사용하는 MS의 소프트웨어에 고도화된 생성 AI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날 MS 온라인 행사에서는 PPT 작성뿐 아니라 글 작성·편집·요약, 이메일 답장, 전문적인 데이터 시각화, 새로운 수식 제안 등 다수의 오피스 프로그램과 코파일럿의 연동 사례가 소개됐다. MS는 오피스 외에도 캘린더, 연락처 등 사용자의 데이터와 코파일럿의 협업사례도 공개했다. 예를 들면 “제품전략을 어떻게 업데이트했는지 팀에 알려줘”라고 요청하면 회의록, 이메일, 채팅 기록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서를 작성해 주는 방식이다.
이번 발표처럼 빅테크들이 단순 챗봇서비스뿐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과 생성형 AI를 결합시키며 ‘AI 주도권’ 경쟁이 더욱 다각화·고도화되고 있다. 14일 구글도 자사 이메일 서비스 지메일과 문서작성 도구인 구글 독스에서 초안을 작성해주는 AI 기능을 발표한 바 있다. 각각 검색엔진과 업무용 소프트웨어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양사가 각 서비스에 생성형 AI 접목 계획을 밝히며 기존 서비스의 점유율 경쟁도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네이버도 코딩 없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AI플랫폼 ‘클로바 스튜디오’ 서비스를 스타트업에 제공하며 업무 생산성 강화에 AI를 접목 중이다.
생성 AI가 각종 가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논란을 반영하듯 이날 MS는 ‘오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업물의 최종 결정권자는 AI가 아닌 ‘인간’임을 명시한 것이다. MS는 “사용자가 자신의 지식과 판단에 따라 콘텐츠를 검토, 사실 확인, 미세 조정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시연에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므로 다시 작성하겠다”는 언급과 함께 필요한 부분을 사람이 재작성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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