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중국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5% 내외로 발표했습니다. 이게 지금까지 발표했던 것 중 가장 낮다는데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위원님은 어떻게 보셨나요?
“시장에선 5%~5.5%로 기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예상보다 보수적으로 발표했는데요. GDP 성장률 목표치는 ‘마지노선’이거든요. 올해 실제 성장률이 최저 이 정도 수준은 된다는 의미입니다.
중국 정부가 더 중요한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지표는 고용이에요. 사회주의 국가이다 보니까 고용안전이 최우선인데요. GDP성장률 말고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를 봐야 합니다. 2017년 도시 신규 취업인구수가 1000만명에서 1100만명으로 상향조정 된 뒤, 올해 1200만명으로 올렸습니다. 역대 최고치로 조정됐는데요. 이는 고용을 감안한 중국 GDP 성장률 마지노선은 기존 예상치보다 0.4%포인트 상향 조정할 수 있단 의미입니다.
올해 (전문기관들의) 중국 GDP 성장률 예상치가 5.2% 정도 됩니다. 그렇게 봤을 때에는 중국 정부의 이번 목표치는 합리적으로 발표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1100만명이던 취업자수를 갑자기 1200만명으로 늘린다? 그게 달성 가능한 목표인가요?
“목표치를 올린 건 올해 중국 대졸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걸로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예상치가 1100만명인데요. 과거 평균치는 700만~800만명 정도였거든요.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거죠.”
―중국 청년 실업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고 하던데, 실제 대졸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군요.
“아마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더 오래 다닌 부분도 있을 텐데요. 어쨌든 올해는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방언론에서는 ‘차이나 피크’, 즉 중국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중국이 2010년 두 자릿수 대 성장률을 마치고 그 이후에는 계속 한 자릿수 대 성장률입니다. 성장률 자체는 계속 둔화되고 있어요. 2015년 중국의 생산가능 인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GDP에서 제조업보다 서비스업 비중이 커졌어요. 산업구조 자체가 많이 바뀐 거죠. 2018년부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대내외 환경도 녹록치 않고요.
그러다 보니 중국도 이젠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으로 가려고 합니다. 반도체나 헬스케어 같은 핵심 산업의 자급률을 높이는 ‘공급망 고도화 전략’을 취하고 있고요. 일대일로를 통해 연안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면서 중국의 과잉생산 산업의 해외 투자를 개척하고 있습니다.”
수요? 문제는 부동산!
―2010년까지의 고도성장기는 지나갔고, 지금은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했다고 봐야 겠군요. 중국 경기를 볼 때 제조업 PMI(구매관리자 지수)를 많이 보는데요. 2월 제조업PMI 지수가 11년 만에 최고치였더군요. 리오프닝 효과가 나타나는 건데, 투자와 소비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나요?
“1, 2월 PMI지수가 확실히 예상치를 굉장히 크게 상회했습니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국면, 이하이면 경기 수축 국면이죠. 1월은 춘절 때문에 통상적으로 PMI가 하락하는데요. 올해는 1월에 전월 대비 3.1%포인트 올랐어요. 2월엔 거기에서 다시 1.7%포인트 상승했고요.
중요한 건 세부항목인데요. 공급을 뜻하는 생산지수는 전월보다 6.9%포인트 올랐어요. 공급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는 거죠. 위드 코로나로 철강, 화학, 자동차 공장 가동률이 많이 올라간 겁니다.
문제는 수요예요. 수요를 보여주는 신수주 주문 지수는 반등 폭이 3.2%포인트에 그쳤어요. 공급에 비해 반등폭이 제한적이었죠. 어제(9일) 중국 CPI(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됐는데, 2월 CPI 상승률(1%)이 오히려 많이 떨어졌어요. 수요 회복이 느린 거죠.
수요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부동산이라고 봅니다. 위드 코로나로 가면서 보복소비나 해외여행 증가가 단기적으로는 있지만, 이게 추세적으로 가려면 부동산 경기가 매우 중요하거든요.”
―중국 부동산은 상당히 관심이 큰 이슈이죠. 한동안은 거품이 심했는데, 그게 한번 꺼지니까 도대체 바닥이 어딘지 모르겠는데요. 이미 작년부터 중국 정부가 규제도 많이 풀었는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네요?
“중국에선 부동산이 핵심 산업입니다. 부동산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지방정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나 되니까요. 중국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기준점은 가격이에요. 중국 70개 도시 부동산 가격 증가율을 보는데요. 이게 10%를 넘어가면 규제를 강화하고, 0% 밑으로 내려가면 완화정책을 펼치는 사이클이죠.
2021년 4월 중국의 부동산 가격 증가율이 마이너스대로 진입했어요. 그 후로 중국 정부가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대출금리는 역대 최저에요. 그런데 과거엔 대출금리를 내리면 바로 중장기 대출, 즉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요. 그러면서 부동산 사이클이 다시 시작되는 흐름이었는데요.
코로나 이후로는 금리를 내려도 가계 중장기 대출이 늘지 않아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에요. 그만큼 가계 소비가 굉장히 위축된 거죠. 정말 특이한 건 작년에 중국 가계 예금증가율이 거의 최고치로 상승했습니다. 금리가 그렇게 낮은데도 예금이 엄청 많이 늘었어요. 그걸 보면 유효 수요는 상당히 많을 수 있는데, 아직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 가계 소비성향엔 부동산 가격이 영향을 매우 많이 줍니다. 가계에서 부동산 자산이 67%를 차지하고 있고요. 중국은 두 채 이상 보유한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가격에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1~2월 부동산 가격과 판매 데이터를 보면 더 이상 떨어지진 않아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2분기 말 정도에는 점진적으로 가격부터 좀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부동산 시장이 회복된다면 소비도 점진적으로 좀 풀리지 않을까 합니다.”
―중국은 대출금리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한국은 최근에 많이 내려서 4%대인데요.
“1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지금 2% 후반대까지 내려왔습니다.”
당하던 중국, 희토류로 자원 무기화?
―시진핑 공동부유론을 짚고 갈게요. 2021년 시진핑이 ‘다 같이 잘 살자’는 공동부유론을 천명하고,빅테크 때리기에 나서면서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하기엔 위험하다’라는 시각이 있었는데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시진핑이 아직도 공동부유를 얘기하긴 하더라고요. 여전히 그런 리스크가 남아있는 게 아닐까요?
“저는 시진핑의 공동부유 의미를 좀 다르게 보거든요. 시장에선 시진핑의 공동부유가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중국이 다시 폐쇄적인 계획 경제로 가는 것 아니냐라고 우려하는데요. 당연히 이전보단 정부 중심으로 가는 게 맞긴 한데, 의미가 달라요. 마오쩌둥은 아예 과거를 청산하고 인민의 공동 분배에만 집중했다면, 시진핑은 과거 잘못을 일부 수정하면서 중국 부흥을 위해 좀더 해보자는 거죠. 따라서 성장주의 폐단은 부의 재분배로 일부 해결하되, 신성장 산업은 여전히 성장을 계속 해나가자는 양분적인 의미가 큽니다.
장쩌민 시대에 세운 중국의 두 가지 100년 목표가 있는데요. 첫번째인 ‘2021년까지 소강사회 건립’은 이미 지났고요. 두번째가 ‘2049년까지 대동사회를 건립’입니다. 시진핑은 이를 ‘2049년까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를 건설하자’로 수정했는데요. 이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동등한 G2 국가로 가자는 걸 의미합니다.
과연 분배정책만으로 그게 실현 가능할까요? 그렇지 않죠. 중국도 금융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은 투자를 더 확대하고 개방하는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엄청납니다. 지난해 미국 상무부가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를 했고, 동맹국까지 동참시키고 있죠. 중국 입장에선 꼭 성장시켜야 할 산업인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는 건데요. 이걸 이겨내기 위한 전략이 뭘까요?
“미중 분쟁 핵심은 반도체입니다. 2000년대 미국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 매너리즘에 빠져있을 때 중국은 2015년 ‘제조 2025’, 즉 핵심산업 자급률을 2025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투자를 본격적으로 했고요. 화웨이가 2018년 5G를 선점했습니다.
미국 팹리스 밥그릇을 중국이 일부 뺏어간 건데요. 미국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에서 뒤통수를 맞으면서 공격에 들어가기 시작했거든요. 그 이후로 중국이 뭐만 하면 계속 견제를 하고 있는데요.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견제를 하면 그걸 계속 맞고 있던 상황이었는데요. 결국 지난해 미국이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면서 중국은 하이엔드급 반도체 생산이 아예 불가능해졌거든요. 이제 중국도 어떤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10월 당대회 때 나온 보고서를 보면, 핵심 정책으로 안보 발전을 굉장히 강조했어요. 안보라는 건 결국 자원 무기화이죠. 중국도 자기네가 강점이 있는 자원, 희토류나 광산자원을 국유기업으로 통폐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2021년 12월 희토류 그룹을 통폐합해서 국유기업으로 만들었고요. 광산그룹도 작년 7월 통폐합해서 만들었죠.
이렇게 중국도 일부 자원을 무기화하면서 이걸 하나의 카드로 제시할 거고요. 또 하나는 일대일로 연안 국가들과 교류가 매우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원유 대금 자체를 디지털 위안화로 대체한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이런 부분이 미국엔 위험요소가 될 수 있죠. 결국 중국도 마냥 수수방관하지 않고, 미국이 건들지 못하는 카드들을 제시할 거라고 봅니다.”
홍콩보다 본토, 성장주보다 필수소비재
―맞기만 하던 중국이 앞으로는 한판 붙겠다고 나서겠군요. 한국 입장에선 걱정입니다. 그럼 이제 주식시장을 살펴볼까요. 작년에 중국 증시가 예상보다 너무 어려웠는데요. 이제는 경기를 살린다고 하니까 좀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 중국 증시는 어떨까요.
“중국 주식시장을 볼 때는 홍콩 증시도 같이 얘기하는데요. 둘은 많이 다릅니다. 홍콩에 상장된 기업들이 중국 본토 기업이 많긴 한데요. 홍콩은 환율이 미국 달러에 페그돼있기 때문에 미국 영향도 많이 받습니다. 업종도 달라요.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금융과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요. 중국의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본토 상장규제를 피해 홍콩에 상장하다보니까 홍콩 HSCI지수는 성장주 비중이 매우 높아요.
그래서 중국 본토와 홍콩은 수익률에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요. 결론적으로 올해를 놓고 보면 저는 홍콩과 중국 본토 모두 좋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중국 경기 자체가 부동산을 기점으로 2분기 바닥을 치고 점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고요. 기업의 주당순이익도 계속 상향조정되고 있거든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같은 정책 기조도 계속될 거고요. 마지막으로 위안화도 올해는 강세기조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투자한다면 홍콩보다는 중국 본토 증시가 좀더 좋다고 봅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추세를 보면 2015년을 기준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2015년은 중국의 주식시장 시장화 정책이 본격화된 시기예요. 이전엔 개인 투자자 비중이 매우 높았다면, 2015년 이후엔 기관투자자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시장 변동성이 크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2500~3600의 박스권에서 경기 사이클에 따라 매수 또는 매도하는 투자전략이 긍정적이고요(17일 종가 기준 상하이종합지수는 3250.55). 업종별로는 미중분쟁도 있고 중국은 산업 모멘텀이 짧기 때문에 그런 업종(수출 중심 업종)보다는 오히려 내수에 집중된 업종을 보세요. 위드 코로나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음식료 같은 필수소비재 산업이 좀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성장주가 경기 반등으로 모멘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탄탄한 내수 소비 위주의 업종이 낫군요. 얼핏 떠오르는 게 ‘귀주모태주’인데요.
“그 종목도 괜찮게 보고 있습니다.”
―중국 투자에 관심 있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말씀 하신다면?
“작년에 중국 투자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난 게 사실인데요. 중국 시장은 알수록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너무 한쪽 면만 보지 마시고 전반적인 경기흐름과 정책 등 다방면으로 보시고 중장기적으로 투자하시면 좀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
15일 골드만삭스가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5%에서 6%로 높였다고 합니다. 글로벌 IB들의 중국 경제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는데요. 정작 중국 정부는 성장률 목표치를 5%로 잡으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더 궁금해지는데요. 인터뷰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중국 제조업 경기가 1, 2월에 빠르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다만 공급과 달리 수요는 아직 반등폭이 크지 않습니다.
수요는 결국 부동산 경기에 달려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다지는 중이고, 잘하면 2분기 중 회복되기 시작할 거란 전망입니다. 만약 그렇다면 소비도 되살아나겠죠.
중국의 목표는 1인당 GDP가 미국과 맞먹는 G2국가가 되는 겁니다. 미국은 이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고요. 반도체 수출 규제로 얻어맞은 중국은 ‘자원 무기화’로 반격을 준비 중입니다.
중국 주식시장 전망은 긍정적입니다. 홍콩보다는 본토, 성장주보다는 필수소비재에 관심을 가질 만합니다.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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