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위축-FTX 파산 등 악재
작년 하반기 하루 거래 3조대로
톱10 화폐 투자비중 57%로 올라
투자자 보호 법안은 국회서 멈춰
실물경제 부진과 미국 FTX 파산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 하반기(7∼12월) 국내 가상자산의 하루 평균 거래액이 상반기(1∼6월)보다 4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반년 동안 4조 원 줄었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19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액은 3조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5조3000억 원이던 거래액이 43% 이상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11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가상자산 거래액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7월 3조6000억 원이던 일평균 거래액이 10월 2조3000억 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는 1조40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국내 거래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기준 19조 원으로 6월 말(23조 원)에 비해 4조 원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27개 가상자산 거래업자의 매출액도 지난해 하반기 5788억 원으로 상반기(1조 원)보다 40% 넘게 급감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영업이익도 6300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5000억 원 줄었다. 거래액 감소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4분기(10∼12월)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5대 원화마켓 거래소의 영업실적도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은 지난해 1분기(1∼3월)에는 36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대기성 거래자금인 원화예치금도 하락세다. 지난해 말 기준 원화예치금은 3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5조9000억 원)에 비해 2조3000억 원가량 줄었다. 고객 확인 의무를 마친 거래 가능 이용자도 지난해 말 627만 명으로 6개월 만에 63만 명이 줄었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감소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류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투자 비중은 확대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상위 10대 가상자산 투자비중은 지난해 말 57% 수준으로 6월 말(46%)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가상자산 거래 중단(상장폐지) 사유는 프로젝트 위험(50%)이 가장 많았고, 투자자 보호 위험(22%), 시장 위험(22%) 등의 순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 및 물가 상승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과 FTX 파산 이후 신뢰 하락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약세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선 하루 수조 원에 이르는 가상자산 거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입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과 국회를 중심으로 가상자산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안들이 마련됐지만, 아직 국회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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