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롯데리아는 베트남에 진출한 지 20년 만에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흑자를 거뒀다. 2004년 일본 롯데리아로부터 베트남 롯데리아의 경영권을 인수할 당시 호찌민 내 지점 5개로 사업을 시작한 베트남 롯데리아는 현재 호찌민, 하노이뿐만 아니라 메콩 델타 등 지방에 이르기까지 전국적으로 246개 지점(2022년 말 기준)을 운영하며 베트남 내에서 퀵서비스 레스토랑(QSR)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중 베트남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맹점이 77개다. 최근 큰 위기도 있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기 시작한 데 이어 2021년 7월, 정부가 호찌민시를 아예 셧다운(폐쇄)해 집 밖 외출을 전면 금지하면서 3개월이나 매장 문을 닫아야 했다. 가장 큰 도시의 월 매출이 ‘제로’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과감하게 없애고 노후한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등 점포 전략을 재정비한 결과 2022년, 코로나 이전보다 높은 1081억 원의 매출과 당기순이익 흑자를 거둘 수 있었다. 베트남 롯데리아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월 1호(364호) 케이스스터디를 요약해 소개한다.
● 현지화 신메뉴 개발
버거 중심인 한국 롯데리아와 달리 베트남 롯데리아에선 치킨의 판매 비중이 50% 이상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기존 메뉴로 치킨 전문 브랜드인 KFC를 따라잡는 데 역부족이었다. KFC와 차별화된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롯데리아는 필리핀에서 로컬 QSR인 졸리비가 맥도널드를 제치고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주목했다. 필리핀은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날씨가 더워 외식 문화가 발달했다. 이 시장에서 졸리비는 저렴한 파스타와 샐러드를 기본으로 밥과 치킨, 햄버거 등을 추가한 점심 메뉴를 도입한 덕에 맥도널드를 뛰어넘는 인기를 끌고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 또한 점심 때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 쌀밥을 즐겨 먹는데, 특히 직장인들은 회사 근처 로컬 식당에서 쟁반에다 쌀밥과 구운 돼지고기 조각, 야채 등을 담아 먹는 게 일상이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베트남 롯데리아는 기존 주력 메뉴인 치킨에다 밥과 야채, 그리고 KFC에는 없던 양념 소스를 한 쟁반에 담아 제공하는 치킨 라이스 메뉴를 개발했다. 30가지 넘는 종류의 쌀 중에서 현지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을 고르고 찹쌀을 일부 섞어 차진 밥을 만들었다. 가격 또한 4만5000동(약 2200원) 수준으로 현지 로컬 식당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도록 맞췄다. 이 메뉴는 출시되자마자 현지 고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으며, 현재까지 베트남 롯데리아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고 있다.
● 베트남 전역으로 점포 확장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외국 법인인 롯데리아가 진출 초기, 현지인 건물주를 직접 설득해 점포를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이에 롯데리아는 현지 슈퍼마켓 체인과 제휴를 맺는 전략을 택했다. 슈퍼마켓 체인과의 제휴는 신규 점포 개발의 가장 까다로운 과정인 부지 선정과 제반 인프라 확보, 시설 관리 등의 부담을 덜 수 있고, 파트너로부터 상권에 관한 광범위한 시장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했다. 하지만 이미 KFC와 제휴를 맺고 있는 슈퍼 체인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특히 롯데리아는 KFC와만 제휴를 맺던 프랑스계 슈퍼 체인인 빅시와의 첫 제휴를 트기 위해 빅시 측 요청에 따라 호찌민에서 1700km 이상 떨어진 북부 항구도시인 하이퐁에 점포를 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시설 자재와 원재료 배송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 터라 부담스러운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는 빅시와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하고, 이후 북부 지방으로 점포를 확대하는 기반이 됐다. 현재 베트남 롯데리아 점포의 절반 이상이 2대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 외의 지방에 분포돼 있다.
● 팬데믹 위기에도 매장에 투자
팬데믹 위기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으로 성장하던 롯데리아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롯데리아는 셧다운의 시기를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면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점포들의 수익성을 재평가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한편 성장성이 높지만 노후화된 기존 점포는 리모델링에 투자했다. 특히 팬데믹 위기로 배달 비중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1인 고객 비중이 높은 한국 QSR과 달리 베트남은 가족과 친구 모임 등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롯데리아 같은 QSR을 선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팬데믹 위기로 50%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한 배달 매출 비중은 최근 평상시 수준인 20%로 떨어졌다.
최근 베트남 롯데리아는 롯데GRS가 동남아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필요한 ‘쇼케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롯데GRS는 현지 업체와의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2013년 미얀마를 시작으로 캄보디아, 라오스에 진출해 롯데리아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특히 동남아 국가의 현지 가맹점주들은 한국의 선진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현지화해 이식하는 데 성공하는 베트남 롯데리아의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앞으로 베트남 롯데리아가 베트남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브랜드에서 동남아, 더 나아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관련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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