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많은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이 일본 기업의 원천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한국도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강점이 있어 일본 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죠.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한일 중소기업 간 교류도 더 늘려갈 생각입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한두 달 내에라도 일본 측과 소부장 관련 업무협약을 맺는 등 추가로 교류할 방안을 찾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국산화가 많이 이뤄졌지만 핵심 분야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데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지난달 제27대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선출되며 경제 5단체장 중 처음으로 4선 회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기술뿐 아니라 기업 문화 측면에서도 일본에서 배울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제출하는 견적에 대해 ‘신뢰’하고 깎으려 하지 않습니다. 한국은 아직 그런 신뢰 문화가 부족하죠. 그래서 납품대금 연동제가 필요합니다.”
김 회장은 최근 급등한 전기료와 가스료가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계 숙원으로 꼽혔던 납품대금연동제가 올해 법제화됐지만 여전히 시행령 등으로 정해야 하는 내용이 많다”고 했다. 특히 최근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며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 “주물, 열처리 등 뿌리산업 중심으로 기업들의 전기료 부담이 매우 큰데, 납품대금에 전기료가 포함되지 않는다”라며 “전기료가 원가의 10%가 넘으면 수위탁사가 합의해 대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연동제가 진짜 효과를 내기 위한 방법을 정부에 제안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최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에 대해서는 “최근 몇 년간 노동계 입장이 법과 제도에 많이 반영됐다면 이젠 균형을 찾아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장에 불이 난 뒤 공장 증설을 포기했던 분이 연락이 와 ‘2000억 원을 들여 공장을 다시 짓고 있다’고 하더군요. ‘최근 정부의 노동개혁 기조를 보고 그래도 기업 할 만하겠다 싶었다’는 겁니다. 그만큼 기업인들이 노동개혁에 목말라 있었던 거죠.”
최근 논란이 된 주 52시간제 개편안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말 기준 중소기업 부족 인력은 56만 명에 이르고, 중소 제조업체는 대체 인력을 못 구해 일감이 있어도 소화를 못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업무량 폭증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실효성이 있는, 즉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겪고 있는 인력난 문제에 대해서도 “뿌리기업에 가보면 인력의 70∼80%는 정년을 넘긴 채 일하고 있다”며 “당장 국내 인구가 늘어날 수 없는 만큼 외국인 고용규제 완화로 양질의 인력이 외국에서 들어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인력 FTA(자유무역협정)’를 한다는 생각으로 취업이나 사업을 하는데 국경이 없도록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임기 내 추진할 역점 사업으로 협동조합 활성화를 꼽았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할 만한 경쟁력을 가지려면 협동조합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며“기업 간 거래는 담합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협동조합 활성화가 가능한데, 쉽지 않겠지만 임기 내 해법을 찾고 싶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