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SVB 여파로 투자 꽁꽁
국내 초기 투자회사 IPO도 ‘올스톱’
“돈줄 막힌 혹한기 어떻게든 버텨야”
비용절감에 수익 사업 집중하기도
#1. 국내 액셀러레이터(초기 투자회사) 기업공개(IPO) 1호로 기대를 모았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17일 상장을 철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올해 1분기(1∼3월)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해 왔다. 회사 측은 “경기 침체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국내외 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적절한 시점에 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 국내 비대면 세탁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는 7일부터 세탁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4kg 기준 생활빨래 요금이 1만800원에서 1만3500원이 됐다. 이 회사 조성우 대표는 “최근 가스비를 포함한 지속적 물가 상승으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투자가 얼어붙은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생존이 화두가 됐다.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은 본래 빠른 성장을 속성으로 하지만 혹한기에 무리하면 얼어 죽기 때문에 겨울잠을 자거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면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 어려운 시장 상황으로 IPO도 ‘올 스톱’
지난해 상반기까지 국내 스타트업 업계는 들떠 있었다. 애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 그린랩스는 지난해 1월 1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기업 가치가 8000억 원 가까이 오르며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 스타트업) 등극까지 기대됐다. 하지만 1년여 만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의 상장 철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의 거듭된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공모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투자금을 방만하게 운영했던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내자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사가 까다로워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장 예비심사 청구를 준비하던 또 다른 국내 액셀러레이터 퓨처플레이도 상장 일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딥테크(첨단기술) 분야의 극초기 스타트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이 회사는 SVB 사태의 후폭풍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자금이 묶인 만큼 위기관리가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 비용 절감, 구조조정 등 해법 모색
한 스타트업 대표는 “올해 초 직원들과 함께 세계 최대 가전·정보박람회인 미국 CES에 다녀왔는데 투자회사가 불필요한 돈을 썼다고 안 좋게 보더라”고 전했다. 초기 ‘시드(seed) 투자’마저 말랐다는 탄식이 나오는 가운데 스타트업들은 비용을 절감하고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등의 해법을 모색 중이다.
국내 최대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 스타트업인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핵심 사업인 플랫폼 사업과 광고 사업에 집중하면서 콘텐츠 유통 등의 사업은 외부 제휴 사업으로 바꿨다. 자체 브랜드 커머스 부문은 매각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당분간은 성장보다는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의 회복 탄력성(위기에서 회복하는 힘)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경영·법률케어뿐 아니라 창업가의 정신건강을 관리해주는 ‘스타트업 올라운드 케어’를 다음 달부터 시작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벤처창업학회장)는 “불황형 아이템을 찾아 돈을 벌거나 너무 어려우면 사업을 빨리 접는 것도 방법”이라며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체력을 확보해 다시 도전해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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