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국내 대표기업 경영진들의 공통 화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의 변화와 대응 전략 수립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상장기업 공시 환경 변화도 중요한 현안 중 하나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주도로 개발 중인 국제회계기준(IFRS) 기반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이 올 상반기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재무정보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공시와 관련된 첫 글로벌 표준이 제시되면 기업 공시 환경 측면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국가별 ESG 공시 의무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 1월 한국 금융당국도 2025년부터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를 시작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의무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ESG 공시가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 목표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돈을 버는 조건에 변화를 주게 된다. 바야흐로 기업은 ‘얼마나’ 돈을 벌 것인가에서 ‘어떻게’ 벌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제회계기준 기반 지속가능성 공시 최종안은 크게 세 가지 특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일반 요구사항(S1)’과 ‘기후관련 공시사항(S2)’이 담길 예정인데 S1에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기업 전략과 목표를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기후 관련 공시사항 S2에서는 기업이 직접, 간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통합 공시까지 요구하고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비즈니즈 가치사슬 전반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이를 통합해 공시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S1과 S2 공시기준 발표 후 생물다양성, 인적자본, 인권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주제에 특화된 공시기준(S3, S4, S5…)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결국 기업은 앞으로 어떠한 비재무정보 공시가 요구될지 변화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예측해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시제도 변화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현실이다. ‘포천(Fortune) 글로벌 500’ 기업들의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한 38%의 기업들 중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까지 보고하고 있는 기업은 단 8%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공급망 전반에 대한 탄소배출량 산정, 통합 공시는 1년 유예가 적용될 예정이다.
ESG 공시 의무화가 채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공시 환경 변화에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통합 ESG 데이터 시스템 구축은 기업의 기후행동을 위한 ‘핵심 키’가 될 수 있다. 딜로이트는 공급망을 포괄한 기후 리스크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ESG 공시 의무화 준비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진정한 의미에서의 ESG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당장 3월 주주총회 시즌에도 ESG 경영에 대한 주주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환의 시대를 맞아, 당장의 어려움을 막아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멀리, 길게 보는 경영자의 안목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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