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값에 나도 건물주” 부동산 조각투자의 모든 것 [부동산 빨간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3일 15시 00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죠. 유명인이 건물을 팔아 불과 몇 년 만에 수십억 원을 벌었다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나도 건물을 살 수만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겁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밝힌 ‘토큰증권 발행(STO, Security Token Offering)’의 제도권 편입 방침은 올해 금융투자업계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토큰증권(ST)이란 부동산과 같은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과 연동해 소유하는 개념입니다. 토큰증권 발행을 제도권으로 편입한다는 것은 실물 자산을 개인이 아니라 여러 명이 일종의 ‘유가증권’ 형태로 보유할 수 있게 된다는 말입니다. 일반인들이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중에서도 관심이 높은 건 부동산 조각투자입니다. ‘나도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꿈을 현실로 옮겨주기 때문입니다. 조각투자를 통해서라면 적은 돈으로도 수십, 수백 억 원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비스인 만큼 부동산 조각투자가 대체 어떤 것인지 묻는 독자분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의 A부터 Z까지, 빨간펜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Q. 부동산 조각투자가 뭔가요?

“특정 건물을 대상으로 소액 투자를 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회사는 본인들의 거래소에 특정 건물을 상장하고, ‘부동산 유동화 수익증권(DABS)’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게 됩니다. 어려워보이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예를 들어 100억 원짜리 건물이라면, 이를 1개당 5000원짜리 증권 200만 개로 조각내서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거죠. ‘커피 한 잔 가격으로 건물에 투자한다’는 말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겁니다.

안전성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확보했습니다. 모든 거래 과정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거래소와 은행에 저장되는 구조죠. 대표적인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업체인 카사코리아와 루센트블록 등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지정된 것 역시 바로 이 기술의 영향이 컸습니다.

얼핏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인 ‘리츠(REITs)’와 헷갈릴 수 있는데, 분명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리츠는 여러 오피스 빌딩을 소유한 리츠 법인에 투자하는 방식이라면, 부동산 조각투자 거래소에서는 특정 빌딩을 개인이 직접 골라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투자할 수 있나요?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으로는 카사코리아의 ‘카사’를 포함해 루센트블록 ‘소유’, 세종텔레콤 ‘비브릭’, 펀드블록글로벌 ‘펀블’ 등이 있습니다. 각 회사마다 상장된 건물이 다른 만큼 본인이 원하는 투자 상품이 있는 플랫폼을 찾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투자하고 싶은 곳을 찾았다면, 해당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됩니다. 간단한 회원가입과 앱과 연동된 금융사 계좌를 개설하면 투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투자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플랫폼이 건물을 상장할 때 청약에 참여하거나, 일반 주식 거래처럼 이미 상장된 건물의 수익증권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주식과 거의 흡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청약의 경우 플랫폼에서 입지와 수익성 등을 보고 투자할 만한 건물을 선정합니다. 이후 플랫폼 가입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죠. 모집 금액이 100억 원이라면 투자금이 모일 때까지 선착순으로 청약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수익증권 거래도 간단합니다. 앱상에 수익증권의 호가가 실시간으로 표기됩니다. 주식을 거래할 때처럼 원하는 매입 가격과 수량을 선택하면 거래가 체결되죠. 매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상장 7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매각돼 누적 수익률 12%를 달성한 카사의 ‘역삼한국기술센터’.
상장 7개월 만인 지난해 4월 매각돼 누적 수익률 12%를 달성한 카사의 ‘역삼한국기술센터’.


Q. 투자 수익은 어떤 식으로 발생하나요?

“투자 수익은 기본적으로 건물주가 수익을 거두는 방식과 똑같이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건물 임대 수익과 같은 운용 수익을 분기나 연간으로 배당받을 수 있고, 추후 건물을 매각할 경우 시세 차익도 보유 수익증권에 따라 배분됩니다. 얼마를 투자했든 투자 금액에 비례하게 임대수익과 시세차익을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의미죠. 보유한 수익증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해 수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익증권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건물 매각은 수익자 총회를 통해 결정됩니다. 투자자가 보유한 수익증권 수량에 따라 의결권이 달라지고,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매각이 이뤄지는 구조입니다.”

Q. 수익률은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중 상장했던 건물을 매각해 시세차익까지 거둔 곳은 카사 정도입니다.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탓이죠. 카사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역삼 한국기술센터’와 ‘역삼 런던빌’을 연이어 매각했습니다. 역삼 한국기술센터는 2021년 9월 상장한 지 약 7개월 만의 매각이었죠. 누적 운용 배담금과 매각 차익 금액을 합산한 누적 수익률은 약 12%였습니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20%가 넘는 수익률입니다. 카사의 1호 상장 건물인 역삼 런던빌은 2020년 12월 상장됐고, 지난해 6월 매각했습니다. 누적 수익률은 약 15%로 집계됐죠.

다만 최근 들어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들은 고전하는 모습입니다. 카사의 경우처럼 매각을 통해 시세차익을 거두기 전까지는 운용 수익을 통한 배당금이나 수익증권 거래를 통해 수익을 기대해야 하는데, 수익증권 가격이 공모 당시보다 떨어진 경우가 많은 탓이죠.

지난해 11월 공모 당시 하루 만에 청약이 조기 마감된 소유의 ‘대전 창업스페이스’.
지난해 11월 공모 당시 하루 만에 청약이 조기 마감된 소유의 ‘대전 창업스페이스’.


22일 기준 카사의 ‘서초 지웰타워’의 수익증권 1개 가격은 4400원으로 공모 가격(5000원) 대비 12% 하락했습니다. 연 5%의 고정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소유의 ‘대전 창업스페이스’ 역시 수익증권 가격이 4695원으로 공모 때(5000원)보다 떨어졌습니다. 비브릭의 ‘비스퀘어타워’ 또한 수익증권 1개의 가격이 공모가 1000원에서 30% 이상 떨어진 695원을 나타내고 있죠.”

주요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현황 (단위: 원)
*수익증권 1개당 가격, 22일 기준
운영사
플랫폼
주요 상장 건물
공모가
현재가
카사코리아
카사
여의도 익스콘벤처타워
5000
4050
루센트블록
소유
대전 창업스페이스
5000
4910
세종텔레콤
비브릭
비스퀘어타워
1000
690
펀블
펀블
해운대 엘시티
5000
4600


Q. 투자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부동산 조각투자의 가장 큰 단점은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 자체가 아직 많지 않다 보니, 수익증권 거래량도 주춤한 편이죠. 거래량이 많지 않다는 것은 수익증권의 가격 상승률 역시 높지 않다는 뜻이겠죠.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 대부분은 공모 당시보다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조물주 위의 건물주’가 되기를 기대하며 투자한 사람들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입니다.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부동산 가격은 기준금리 인상과 글로벌 경기 위축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언제 시장이 반전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죠.”

Q.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분명한 것은 부동산 조각투자가 금융투자업계에서 관심을 큰 분야라는 점입니다. 최근 대신파이낸셜그룹이 국내 부동산 조각투자업계 1위인 ‘카사’의 경영권과 지분 90%를 인수한 것 역시 미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죠.

시장 규모도 계속 커질 전망입니다.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에 상장된 건물이 늘고, 시세차익을 거둔 사례도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투자자들도 많아지겠죠. 빌딩뿐만이 아니라 토지, 물류센터 등 투자 상품이 고도화되고 종류도 다양해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입니다.”

‘부동산 빨간펜’에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부동산에 대해 궁금증을 넘어 답답함이 느껴질 때, 이제는 ‘부동산 빨간펜’에 물어보세요. 동아일보 부동산 담당 기자들이 다양한 부동산 정보를 ‘빨간펜’으로 밑줄 긋듯 알기 쉽게 풀어서 설명해드립니다. 언제든 e메일(dongaland@donga.com)로 질문을 보내 주세요. QR코드를 스캔하면 ‘부동산 빨간펜’ 코너 온라인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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