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함께 녹아내린 입주율… ‘춘래불사춘’ 앓는 부동산시장[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5일 08시 00분


1: 부동산 경기 침체에 ‘입주 리스크’ 급부상
2: 지난달, 새 아파트 입주율 역대 최저 기록
3: 기존주택 거래 부진에 잔금 마련 못한 탓
4: 매매 늘고 실거래가 반등으로 개선 가능성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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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에 저조한 새 아파트 입주율이 또다른 리스크가 되고 있다. 사진은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시스
최근 금리 인상과 주택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미분양 아파트가 눈 덩이처럼 급증하면서 가뜩이나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건설업체들을 괴롭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저조한 입주율입니다. 이른바 ‘입주 리스크’입니다. 저조한 입주율이 리스크로 작동하는 이유는 분양대금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잔금이 입주 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건설업체로서는 미분양보다 입주 리스크가 더 부담스럽다고 말합니다. 경기 상황이 나빠져서 미분양이 우려되면 사업을 손절하는 방식으로 비용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사가 모두 끝난 상태에서 나타나는 저조한 입주율은 주택업체로서는 뾰족한 답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런 이유로 건설업체는 입주예정자에게 아파트가 다 지어진 뒤 통상 1.5~2개월의 입주기간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 지체보상금을 요구합니다. 즉 정해진 기간에 입주하지 못한 입주예정자에게 잔금에 시중은행 연체이자율을 적용한 추가금액을 페널티로 부과하는 것입니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연체이자율을 대출금리+연 3%로 적용합니다. 최고 연체이자율은 11~15%로 상한이 정해져 있습니다. 입주예정자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 아파트의 입주율이 낮아지는 이유는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주원인입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실수요자는 기존주택을 팔거나 임대로 살고 있던 집의 전세보증금으로 충당합니다. 그런데 시장이 침체돼 기존주택 매매가 어려워지거나 전세금이 급락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최근 주택시장에 이런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새 아파트 입주율이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 치운 것입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이하 ‘주산연’)이 지난 21일 발표한 ‘2023년 3월 아파트입주전망지수’에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2월 새 아파트 입주율, 63.3%로 역대 최저
입주전망지수는 주산연이 2017년 6월부터 매월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되는 통계자료입니다. 아파트 입주물량 상황에 따른 시장 위험을 사전에 진단하고, 정부의 주택수급 계획과 주택사업자의 사업계획 등에 활용하라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입니다.

입주전망지수는 입주율과 입주전망지수로 다시 나뉩니다. 입주율은 해당 월에 입주했거나 잔금을 치른 전국의 아파트수를 해당 월에 입주가 완료돼야 할 전체 아파트수로 나눈 값입니다. 입주전망지수는 조사시점의 다음달 입주 상황에 대해 ‘좋음’과 ‘나쁨’의 비중을 정리한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집계된 결과는 조사가 진행된 달의 아파트입주율과 그 다음 달의 입주전망지수로 각각 소개됩니다. 예컨대 2월에 조사된 자료라면 2월 입주율과 3월 입주전망지수를 담고 있는 식입니다. 이번에 발표된 자료는 2월 20일부터 3월 2일까지 전국의 790개 주택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주산연에 따르면 2월 전국 입주율은 63.3%로 전월(66.6%) 대비 3.3%포인트(p) 하락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11월(66.2%) 기록을 갈아 치운 것입니다. 입주율이 2개월 연속해서 60%에 머문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아파트 입주율은 부동산시장이 안정적일 때에는 70%대에 머물지만 과열기미를 보이면 80%대로 치솟습니다. 반면 침체 때에는 60%대로 뚝 떨어집니다.

실제로 2017년 6월 첫 조사 때 76.4%에서 출발한 입주율은 이후 2017년 7월(82.3%)과 2017년 10월(81.9%) 두 차례를 제외하곤 2019년 7월까지 21개월 동안 70%대에서 맴돌았습니다. 또 이러한 추세는 2019년 8월(80.0%)과 같은 해 11월(80.3%)을 제외하곤 2020년 4월(79.3%)까지 지속됐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기 시작한 2020년 5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입주율이 81.2%로 급등한 뒤 지난해 6월(82.3%)까지 80%대에 머무는 고공행진을 펼친 겁니다. 특히 2021년 2월에 88.9%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당시 전국 대부분 지역의 입주율은 90% 수준에 육박했습니다.

입주율이 다시 70%대로 내려앉기 시작한 시점은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7월(79.6%)부터입니다. 이후 입주율은 8월(76.8%) 9월(72.6%) 10월(72.5%)로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66.2%로 내려앉았습니다. 이후 한 달 만인 12월에 71.7%로 올라섰다가 지난달과 이달에 또다시 60%대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 기존주택 거래시장 침체가 입주율 저하에 직격탄
지난해 10월 이사가 진행 중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신축 아파트 모습.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부터 입주가 시작됐지만 3개월 지난 당시까지도 입주율이 75%에 머물렀다. 동아일보 DB
새 아파트 입주율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기존주택 거래시장의 침체입니다. 지난달 발생한 입주지연 원인의 44.4%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월(41.7%)보다 2.7%p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면서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아파트로 이사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입니다.

살고 있던 전셋집에서 새로운 세입자를 확보하지 못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 못한 경우도 33.3%로 높았습니다. 다만 그 비중은 전월(39.6%) 대비 6.3%p 줄었습니다.

이밖에 잔금대출 미확보(14.6%→14.3%·감소폭 0.3%p)와 분양권 매도 지연(4.2%→1.6%·2.6%p) 등도 입주율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조강현 주산연 연구원은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의 금리 인하와 대대적인 규제완화에 영향을 받은 수도권 인기지역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거래량이 회복됐지만, 비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역별 입주율을 보면 수도권은 77.1%로 전월(75.2%)보다 1.9%p 상승했습니다. 반면 5대 광역시(65.8%→ 60.6%)와 기타 비수도권 지역(63.9%→60.1%)은 각각 5.2%p, 3.8%p 하락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낮은 아파트는 입주율은 건설업체에 또다른 자금 조달 부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파트 입주율은 전체 아파트에서 입주를 했거나 잔금을 납부한 주택의 비중입니다. 통상 새 아파트 분양가는 계약 때 10~20%, 중도금으로 60%, 나머지 20~30%는 잔금 명목으로 각각 분납합니다.

따라서 입주율이 낮으면 20~30%에 해당하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분양이 100%되고, 건설공사가 마무리됐더라도 입주율이 낮으면 그만큼 자금 운용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유로 건설사들은 ‘아파트 입주 리스크’ 관리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 3월 입주전망지수는 전월보다 높아져
다행스러운 점은 3월 입주전망 지수가 좋아질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전국적으로는 80.2로 2월(7.21)보다 8.1p 높아졌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67.5→71.0)이 3.5p, 비수도권에 위치한 도 지역(71.2→ 87.3)은 16.1p가 각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다만 5대 광역시(75.7→75.4)는 0.3p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충북(61.5→100.0)과 전남(76.4→100.0), 충남(58.8→82.3), 경북(66.6→88.8), 울산(62.5→82.3) 등 5개 시도의 3월 입주전망은 전월보다 20p이상 상승했습니다.

주산연은 이에 대해 “규제지역 전면 해제와 전매제한 기간 완화, 다주택자 규제 완화, 무주택자 대출규제 완화,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계획 발표 등 주택시장 연착륙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실제로 2월 접어들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부동산시장에 봄기운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주택매매가 눈에 띄게 늘어난 데다,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던 주택가격도 실거래가를 중심으로 최근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부동산정보포털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3일 오후 2시 현재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모두 2413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 거래량이 2000건을 넘은 것은 2021년 10월(2198건)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이는 전월(1417건)에 비해 70.3%, 1년 전인 지난해 2월(820건)보다는 무려 194.3% 증가한 것입니다. 2월 거래 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 남은 점을 고려하면 2월 거래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수준을 보여주는 부동산 거래회전율도 반등했습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집합건축물의 거래회전율은 0.28%로 역대 최저였던 전달(0.26%)보다 0.02%p 올랐습니다.

거래회전율은 매월 소유권 이전 매매 신청 부동산을 매월 말일 현재 소유권 이전 가능 부동산으로 나눈 값입니다. 수치가 낮을수록 거래된 부동산이 적고, 거래시장 활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꾸준하게 떨어졌던 가격도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15일 발표한 보고서(‘2023년 1월 공동주택 실거래가격지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전월 대비 0.81%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6월(0.23%) 이후 7개월 만입니다.

주간 아파트값 동향 통계에서도 이런 변화는 감지됩니다. 부동산원이 23일 발표한 4주차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5% 하락했습니다. 전주(-0.16%)보다 하락폭이 줄었는데, 6주째 연속입니다. 특히 서초구와 강동구는 보합세 바뀌었습니다.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하락을 멈춘 것은 서초구는 지난해 8월 2주차, 강동구는 작년 6월 1주차 이후 처음입니다.

경기도(지난주·-0.50%→이번주·-0.47%)와 인천(-0.48%→-0.35%)도 하락폭이 작아졌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아파트값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던 세종시는 0.09% 올랐습니다. 지난 2021년 7월 3주차(0.05%) 이후 86주간의 긴 하락세를 멈추고 1년 8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한 것입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와 대출 금리 하향 조정 등으로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 전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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