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실리콘밸리’에 공사 돌입
TSMC 최대 사업… 2025년 양산
파운드리 주도권 경쟁 뜨거워져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주(新竹)에 ‘2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생산할 신공장 건설에 돌입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23일 보도했다.
TSMC는 지난해 말 ‘3나노’ 반도체 양산을 개시했다. 숨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2나노’ 반도체 양산을 준비하며 1위 업체의 지위를 한국 삼성전자 등 경쟁자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삼성은 지난해 6월 TSMC에 앞서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 삼성 또한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경기 평택의 파운드리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로 반도체 산업의 경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주요 업체가 천문학적 돈을 투입한 경쟁을 펼쳐 큰 관심이 쏠린다.
● “80조 원 들여 공장 4개 건설”
신주는 대만 수도 타이베이에서 남서쪽으로 약 60km 떨어져 있다. TSMC 본사를 비롯해 수많은 반도체 기업이 밀집해 있다. TSMC는 이곳에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2.5배 규모의 땅을 확보해 2나노 신공장을 짓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2나노 공장 1곳을 짓는 데만 최소 2조 엔(약 20조 원)이 필요하다. TSMC는 이런 공장을 4곳 건설하기로 했다. 최소 80조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는 TSMC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사업으로 빠르면 2025년 양산을 시작한다. 앞서 삼성은 2025년 2나노 양산, 2027년 1.4나노 공정의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밝혔다. 파운드리는 삼성,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보다 부가가치가 높고 재고 위험이 적다. 대규모 생산 시설에 더해 최고 수준의 제조 기술과 특허가 필요하므로 진입 장벽이 상당하다.
삼성은 수년간 파운드리 분야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TSMC와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TSM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8.5%로 삼성(15.8%)의 3배 이상이었다. 일본 반도체 업계 관계자 또한 닛케이에 “삼성은 수율이 오르지 않아 고전하고 있다. 미국 인텔은 더 뒤처져 2020년대 들어 ‘TSMC 1강’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 삼성 “업황 관계없이 투자 지속”
TSMC의 점유율이 크게 앞서고 있지만 파운드리 시장 패권을 둘러싼 삼성과 TSMC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을 하는 업체는 이 두 업체뿐이다.
삼성은 미 텍사스 공장의 가동 시기를 내년 하반기(7∼12월)로 목표하고 있다. 평택 3공장 또한 내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앞서 15일에는 ‘시스템 반도체 메카’를 표방하며 “경기 용인 클러스터에 향후 20년간 300조 원 이상을 투자해 첨단 메모리·파운드리 생산 기지를 만들겠다”고도 밝혔다.
삼성이 확고한 1위인 TSMC를 따라잡으려면 중장기적인 생산능력 확대가 필수적이다. 이에 반도체 경기 한파, 최근 실적 둔화 등에도 연간 50조 원 안팎의 반도체 부문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3나노 2세대 신규 고객 수주를 확대하고, 2나노 1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겠다”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미래 성장동력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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