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 업체 ‘원익IPS’와 D램 패키징 후공정 업체 ‘SFA반도체’는 3월 17일 주가가 각각 3만4150원, 5250원을 기록하며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가 3월 15일 경기 용인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여기에 삼성전자가 300조 원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영향이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약 215만 평) 규모로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장(팹) 5개를 구축하고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반도체 설계)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클러스터 조성 발표 후 주가 일제히 상승
반도체업계는 용인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 소부장 기업 부지, 팹리스 밸리인 판교 등을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가 완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이번 대규모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시스템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 소부장 업체들과 협력 및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소부장 공급망의 경쟁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계획이 발표된 다음 날인 3월 16일 소부장 기업의 주가가 일제히 올랐다. 전일 대비 17.04% 급등한 SFA반도체를 비롯해 비파괴 자동화 검사 장비 업체 자비스, 로봇 모션 제어기 업체 알에스오토메이션, 제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라온테크, 반도체 장비 업체 제이스텍, 코세스, 프로텍, 원익IPS가 상승 마감했다.
반도체 소재 업체 중에서는 유기금속화합물을 제조하는 레이크머티리얼즈가 22.16%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포토마스크 원재료를 생산하는 에스앤에스텍,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화학제품을 공급하는 덕산테코피아 주가도 올랐다. 또한 반도체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특수가스를 생산하는 티이엠씨, 반도체 회로도의 오염을 방지하는 펠리클 공급 회사 에프에스티, 반도체용 CVD/ALD 전구체 전문업체 디엔에프, 반도체 칩에 전기를 공급하고 이를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리드프레임 전문업체 해성디에스, 반도체 후공정 전문업체 하나마이크론의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관련 기업 주가가 일제히 오르자 전문가들은 이번에 건설되는 클러스터가 ‘시스템 반도체’에 방점이 찍힌 만큼 시스템 반도체와 관련된 소부장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시스템 반도체는 정보(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중앙처리장치(CPU)처럼 데이터를 해석·계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이번 클러스터 조성으로 메모리 반도체 1위를 넘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1위까지 목표로 한다.
김동원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서 삼성전자를 톱픽(최우선주)으로 유지하고, 시스템 반도체 소부장 관심 종목으로는 원익IPS, 한미반도체, 두산테스나, SFA반도체, 리노공업, 솔브레인, 동진쎄미켐을 제시한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또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소부장 가운데 원익IPS, 테스, 원익머트리얼즈, 솔브레인, 리노공업을 톱픽으로 추천하며 장비와 소재 국산화 확대 등 수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들 애널리스트가 추천한 기업들은 일찍부터 그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대부분 2021년 고점 대비 50%가량 조정을 받아 주가 흐름이 지진부진한 상태다. 먼저 원익IPS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가장 어려운 단계인 기판 위에 회로를 만드는 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박막 형성을 위한 증착 장비를 주로 공급하는 회사다. 3월 15일 2만9200원이던 주가는 22일 3만3800만 원으로 올랐다. 52주 최고 주가는 4만1900원, 최저 주가는 2만1600원이다.
수혜 예상 기업은 원익IPS·테스·두산테스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증착, 식각 장비를 공급하는 테스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부진한 가운데도 연매출 3580억 원, 영업이익 559억 원을 기록했다. 상장 당시에는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못 미쳤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동시에 매년 적자 한 번 없이 500억~600억 원 영업이익을 창출해 코스닥의 ‘모범생’으로 통한다. 3월 15일 1만7790원이던 주가는 22일 2만1800원까지 올랐다. 52주 최고 주가는 2만350원, 최저 주가는 1만4800원이다.
두산테스나는 시스템 반도체 생산의 후공정 가운데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국내에서 테스트 위탁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했고, 현재 웨이퍼 테스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연매출 2644억 원, 영업이익 624억 원을 기록했다. 3월 15일 2만9550원이던 주가는 22일 3만2100원까지 올랐다. 52주 최고 주가는 4만9550원, 최저 주가는 2만1000원이다.
동진쎄미켐은 3차원(3D) 낸드플래시 반도체용 감광액(PR·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기업이다. 지난해 연매출 1조4572억 원, 영업이익 2163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주가 전망은 밝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가 생산을 줄이면 실적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3월 15일 3만150원이던 주가는 22일 3만1150원을 기록했다. 52주 최고 주가는 4만7700원, 최저 주가는 2만5700원이다.
한미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징과 검사 등 후공정 장비를 개발해 국내외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는 회사다. 2021년 6월 국내 최초로 반도체 패키지 절단 장비인 ‘마이크로 쏘’의 국산화에 성공하며 연매출 3732억 원, 영업이익 1224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연매출 3276억 원, 영업이익 1119억 원으로 감소했다. 3월 15일 1만4230원이던 주가는 22일 1만6710원까지 올랐다. 52주 최고 주가는 1만7775원, 최저 주가는 1만550원이다.
SFA반도체는 반도체 후공정 분야 국내 1위 사업자로, 반도체 조립 및 테스트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연매출 6994억 원, 영업이익 629억 원을 기록했다. 3월 15일 3900원이던 주가는 22일 4795원까지 올랐다. SFA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매출 비중이 큰데, 삼성전자가 시스템 메모리 분야 진출 계획을 밝힌 만큼 자신들도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밖에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 원익머트리얼즈, 반도체 핵심 공정에 필요한 다양한 화학재료를 공급하는 솔브레인, 세계 1위 반도체 검사용 테스트핀 제조사 리노공업 등도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지금 당장 이들 기업에 투자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 “현재는 반도체 업황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힘든 시기이며 더욱이 클러스터 조성까지는 20년 가량 시간이 걸리는 만큼 관련 기업 투자가 수익 실현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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