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반도체의 겨울을 투자 기회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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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
반도체 업황은 안 좋다는 말이 슬슬 지겨워질 정도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 중 하나로, 업계의 겨울이라고 불리는 불황 시점에 매수하여 직원들이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호황 시점에 매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이제 반도체의 겨울은 가장 추운 시점을 지나고 있어 현시점이 반도체주 투자의 적기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무색하게도 메모리반도체 제품의 가격은 연일 하락 중이라는 소식만 들려온다.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은 배추와 비슷하게 움직이는데, 한 해 배추 농사가 풍년이면 시장에 배추가 많아지면서 가격이 폭락하고 배추 농가들이 오히려 힘든 시간을 보낸다.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 겪고 있는 가격 폭락 현상 역시 지나치게 많았던 2022년 생산량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반도체 업계의 공급 조절(설비투자 축소, 감산 등)은 가장 큰 호재다. 아무리 수요가 악화되고 재고가 많더라도 과점 산업 특성상 공급을 큰 폭으로 줄이게 되면 가격 하락이 방어되고 재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투자를 축소하고 생산량을 줄이는 노력은 시장에 나오는 배추를 줄여서 가격의 폭락을 방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미국의 마이크론은 공격적인 투자 축소(전년 대비 40∼50% 이상 감소)와 감산 계획을 발표했으나 선두 업체인 삼성전자는 공급 조절에 대한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2023년 1분기(1∼3월) 반도체의 출하량과 가격 모두 연초 예상을 크게 하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SK하이닉스는 4조 원 이상의 분기 적자가 예상되고 삼성전자는 전사 분기 영업이익이 2008년 이후 최저인 1조 원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적 부진은 업계의 추가적인 투자 축소·감산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오히려 업황에 긍정적인 요소다. 상상 이상으로 부진한 업황이 선두 업체를 비롯한 모든 업체가 기존 발표 이상의 감산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도체 수요는 정보기술(IT) 제품 수요와 연동되어 있고 경기에 민감한 특성을 지닌다. 따라서 2023년 수요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업황의 저점은 2023년 2분기(4∼6월)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연간 수요가 저조하더라도 하반기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을 대비하기 위해 나타나는 수요의 상저하고 패턴은 여전히 발생할 것이며 2분기부터는 업계의 공급 축소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의 상승이 나타나지 않는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판매량 증가만으로 기업의 실적은 점차 개선될 수 있다.

반도체의 겨울에서 가장 추운 시점인 2023년 1분기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당분간 추위는 지속되겠지만 서서히 날이 풀릴 것이란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이다.

#반도체#경기순환 산업#투자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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