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 넘기나 했더니 경기침체 걱정 커진다[딥다이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8일 0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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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은행 구하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요.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는 0.6%, S&P600은 0.16% 상승했고, 나스닥은 0.47% 하락했죠.

은행 위기의 출발점이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퍼스트시티즌은행에 인수된다는 소식에 투자 심리는 다소 살아났습니다. 이날 퍼스트시티즌은행 주가는 53.74%나 급등했네요. SVB의 모든 예금과 대출 자산 약 720억 달러어치를 싸게(165억 달러를 깎음) 사들이기로 했는데요. 우량자산을 싸게 잘 샀다고 시장이 평가한 겁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입장에선 SVB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약 200억 달러)을 떠안게 됐는데요. 대신 5억 달러 상당의 퍼스트시티즌은행 주식 평가보상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르면 FDIC가 그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로선 그 이익이 쏠쏠합니다(주가가 582.55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면 FDIC가 이익. 27일 종가는 895.61달러).

SVB 다음 타자로 지목됐던 미국 중소형은행 주가도 이날 일제히 올랐습니다. 퍼스트리퍼블릭 주가는 11.81%, 팩웨스트은행은 3.46% 상승했고요. 미국 4대 은행 주가 역시 3~4% 안팎 올랐습니다.

퍼스트시티즌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다. AP 뉴시스
퍼스트시티즌은행이 실리콘밸리은행 자산 대부분을 인수했다. AP 뉴시스
대신 지난 2주 동안 은행 위기 속에서도 랠리를 보였던 기술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습니다. 애플(-1.23%), 마이크로소프트(-1.49%), 알파벳(-2.83%), 메타(-1.54%) 주가가 모두 하락했죠. 인테그리티 자산운용의 조 길버트 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장은 은행과 기술주 사이에서 밀고 당기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반등하면서 지난 2주 동안 시장을 지탱했던 기술주에서 돈이 빠져나왔습니다.”

은행 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살짝 줄었지만, 경기침체 우려는 오히려 커졌습니다. 미국이 올해 중반쯤 경기침체에 빠질 거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요. ‘채권왕’으로 통하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CEO는 27일 CNBC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침체가 몇 달 안에 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준이 올해 ‘몇 번’ 금리를 인하할 걸로 예상한다”고도 말했죠.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는 전망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확실히 늘었는데요.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글로벌 금리가 정점에 근접했다”고 봅니다. “갑자기 허약해진 글로벌 은행시스템이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빨리 끝내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거죠.

페드워치에 따르면 월가 트레이더들은 현재 5%인 미국 기준금리가 연말이면 4.5% 아래로 내려올 거라는데 대부분이 베팅하고 있는데요. 은행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전망이 반영된 거라서 썩 좋은 소식은 아닌 듯합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8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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