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약물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시행해 온 동물실험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으며 ‘유사 장기’ 등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기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동물실험이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키자 그 대안을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인 것이다.
29일 경기 성남시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열린 ‘오가노이드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연구자들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제조 및 활용법에 대한 발표를 진행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주요 기술 중 하나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간의 장기와 유사하게 만든 조직으로 실제 장기의 기능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장기와 비슷하다 보니 사람에 대한 임상실험 전 약물의 효능 등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동물실험에서 유효성이 입증되거나 독성이 없다고 판별되더라도 인간에게 효과가 없거나 독성이 발견되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이 행사를 주최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평가 시스템과 세포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심포지엄에서 다루던 주제가 과거 ‘학술’ 위주였다면, 현재 ‘상용화’로 초점이 옮겨지고 있다”며 “원래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 심포지엄이었는데 올해엔 기업의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오가노이드와 같은 동물실험 대체 기술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는 건 국내외에서 동물실험의 효용성과 윤리 문제로 동물실험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해서다. 동물실험을 통과한 약물 중 약 10%가 최종 승인되는 데 반해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물실험 의무화 폐지’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미국 연방 식품의약품화장법 개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약물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를 위해 설치류 등에 대해 진행하던 동물실험 의무가 폐지됐다. 국내에서도 2017년 화장품 생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폐지하고, 2020년과 2022년 국회에서 동물대체시험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손미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융합센터장은 “약 개발은 그 유효성과 독성에 대한 안전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오가노이드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제약회사 등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가락으로 집을 수 있는 작은 칩에 장기세포를 배양한 ‘장기 칩’도 동물실험 대체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인체 안에 혈관이 흐르는 것과 유사한 내부 구조를 만들어 인간의 생리현상을 구현했다. 미국의 장기 칩 개발사 ‘에뮬레이트’는 개발 중인 칩을 활용해 신약 후보물질을 실험한 결과 거의 100%에 이르는 정확도로 독성 물질을 판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런 대체 기술들이 실제 동물실험을 완벽히 대체하려면 실험 과정과 결과의 일관성·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대표는 “규제 기관이 신뢰할 수 있도록 계속된 실험에서도 일관성 있는 결과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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