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Biz] ㈜세명기업
엔진 마운트 부싱-고무호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에 납품
현대-기아-쌍용차 공급… 미국-독일-일본 브랜드도 기술 인정
‘좋은 승차감’ 일조하는 숨은 공로자… 노사분규도 ‘0’건
소비자가 자동차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 가운데 하나가 승차감이다. 승차감이 좋다는 것은 도로의 상태나 주행 환경과 관계없이 탑승자가 안정되고 쾌적한 느낌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때 승차감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자동차의 진동과 충격 흡수 기술이다.
‘좋은 승차감’을 구현하는 것은 큰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이후 발생하는 여진(잔진동)을 최소화하는 기술에 달려 있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자리한 ㈜세명기업(대표 오유인)은 이러한 ‘좋은 승차감’에 일조하는 숨은 공로자다. 50년 동안 승차감과 안정성을 다 잡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국내외 내로라하는 완성차 브랜드에 납품하는 은둔의 강자다.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해 보이는 제품들이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자동차부품은 완성차를 내놓는 대기업들의 생산 공정에 빠져서는 안 되는 감초들이다.
본사에서 만난 오유인 대표는 “우리 세명기업은 1975년부터 반세기 동안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성실하고 묵묵히 자동차부품 생산 외길을 걸어왔다”며 “앞으로도 오직 한곳만을 바라보며 전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쉼 없는 기술 개발로 탄탄한 내공을 쌓으며 경북의 향토 기업으로 매년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세명기업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1세대 파이오니어 1975년 설립 이래 한길만
세명기업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자동차 제조 현장에서 꼭 필요한 각종 부품을 생산해내는 숨은 알짜 기업이다. 1975년 4월 설립 이래 50년 가까이 이어온 어엿한 중년 기업으로 다양한 자동차 고무부품을 만들며 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경북 경산에 있는 본사는 대지면적 1만9504㎡(약 5900평)에 건물 규모만 1만1239㎡(약 3400평)에 달한다. 세명기업은 이 밖에도 경산시 자인면에 각각 2512㎡(760평) 규모 1공장과 3801㎡(1150평) 규모의 2공장을 사업장으로 두고 있다. 이곳에서 완성차에 들어가는 방진고무, 고무호스 등 다양한 부품을 제조한다.
해외에서는 미국 디트로이트와 멕시코 몬트레이에서 각각 현지 법인을 운영한다. 미국 법인은 판매, 멕시코는 물류를 담당하는 구조다. 생산된 제품은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등 국산 자동차 브랜드를 비롯해 GM, 포드, 벤츠, BMW, 캐딜락, 폴크스바겐, 닛산 등 수입 자동차에 전량 납품된다. 심지어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 롤스로이스에까지 이 회사 부품이 납품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의 1차 협력사가 주요 거래처이며 수출 비중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안정적 사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세명기업은 2021년 9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엔 약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어려운 경기가 예상됨에도 매출 목표를 조금 더 높게 잡았다. 지나온 3년간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해외 영업이 정지된 탓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수주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실적도 개선되는 추세다.
주력 제품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방진 고무부품이다. 자동차의 진동과 충격은 승차감은 물론 NVH(Noise 소음·Vibration 진동·Harshness 불쾌감) 성능, 주행 안정성 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엔진 마운트와 부싱, 인터쿨러 호스 및 워터 호스, 실리콘 호스, 공기 호스, 댐퍼 등 주로 자동차의 진동과 충격을 줄여주는 핵심 부품이 그것이다. 달리면서 차체에 가해지는 충격이나 진동을 흡수해 승차감과 안정성을 개선하는 부품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부싱(Bushing) 기술의 경우 국내에서 톱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부싱은 차체나 서스펜션 등의 체결 부위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부품으로 적당한 물성이 요구된다. 저속에서의 승차감과 고속에서 안정성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부싱이 너무 무르면 차량 거동이 불안정해질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차체 움직임이 늘어나 승차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싱이 너무 단단할 경우에도 승차감 저하로 이어진다. 부싱 특성을 적절하게 조율해야만 하는 이유다.
세명기업이 만드는 엔진 마운트와 서스펜션 부싱은 주행 중 노면에서 전달되는 진동이나 충격을 흡수해 자동차의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 및 NVH 성능을 높여준다. 차량 전체의 승차감을 만족시키기 위한 관점에서 50년 동안 수도 없이 연구하고 평가하며 업그레이드를 지속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엄격한 품질관리와 미세한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정밀 가공 기술이 요구된다. 세명기업은 다른 업체보다 한발 먼저인 국내 자동차 산업 초기부터 부품 개발에 참여하며 독자적 기술력 확보에 나섰다. 오 대표는 “기술과 품질 혁신이 기업의 미래”라고 강조하며 1989년 4월 당시 중소기업에서 보기 힘들었던 기술연구소를 세웠다. 제조업으로선 드물게 40명의 연구 인력을 갖추고 매출의 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을 정도로 독자 기술 확보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소는 기술1팀∼3팀으로 구분되는데 부품 개발은 물론 설계·해석, 배합·실험, 신품 개발 및 금형까지 자동차 신차종이 개발될 때마다 그에 맞춰 알맞은 부품들을 내놓는다.
‘품질’에 진심 전 공정 자동화 시스템 구축 박차
차량의 진동과 충격 기술만을 생각하며 한길을 걸어온 세명기업은 생산성 혁신추진팀을 별도로 운영하며 전 공정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제조를 주업으로 하는 대부분 중소기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이어서 자동화 공정에 한계가 있다. 자동화가 불가능한 아이템이 많아서다. 오 대표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그동안 해왔던 기존 관행을 모두 바꿔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기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도 고객사의 요구를 동시에 수용해야 한다는 점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문제 속에 답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이어가면서도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자동화 공정으로 발 빠른 선제 대응에 나섰다. 수년 전부터 공정 자동화와 설비 투자를 시작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만반에 준비를 마쳤다. 오 대표의 결정은 옳았다. 전 세계적인 완성차 제조 물량 급감으로 자동차 부품 기업들이 어려워진 상황이지만 고객사 맞춤형 주문에 기민한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 및 자동화 공정을 통해 세명은 지속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미 고객사가 원하는 그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및 생산력을 확보한 상태다.
반세기 동안 노사분규 ‘제로’ 직원 복지도 ‘화끈’
대기업에 납품하는 협력업체는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이 필수다.
세명기업은 누구보다 기술 개발과 품질 관리에 진심이다. 자동차용 고무호스와 방진 부품의 접착 장치, 자동차 완충(Suspension) 시스템의 일부인 스테빌라이저 고정용 부싱을 비롯해 20건의 특허와 9건의 디자인 지식재산권을 갖추고 있다. 최고의 품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해외 공장을 세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직원에 대한 복지도 남다르다. 총 209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이 회사는 창립 이래 노사분규가 1건도 없는 사업장으로 유명하다. 구성원 행복을 최우선하는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50년 동안 노사가 별다른 갈등 없이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손을 맞잡았다는 점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를 통해 노동부 노사 화합 우량 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세명기업은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다양하게 해왔다. 직원 자녀들에게 대학까지 학비 보조는 물론 아파트형 기숙사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매년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에 위탁해 임직원 교육을 주선하는 등 구성원들의 자기 계발을 도와 급변하는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다. 이런 기업 문화가 직원들의 만족도와 사기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 사회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매 분기 노사협의회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을 가장 중시한다. 그는 성장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북 지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이름이 높다.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나눔 경영도 늘 모범을 보인다.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부 및 천사의 집을 후원한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해 일본, 스웨덴, 인도까지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완성차 브랜드에 부품을 공급하는 세명기업의 다음 목표는 국내가 아닌 세계 1등 자동차 고무부품 생산 업체다.
“209명 직원이 보물… 맨파워로 승부할 것”
오유인 세명기업 대표 인터뷰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우리는 그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사람’에서 찾고 있습니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사람 관계예요. 거래처도, 내부도 결국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는 함께하는 209명의 우리 직원들을 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유인 세명기업 대표(사진)는 기업을 발전시키는 초석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물과 같은 귀한 사람, 즉 내외부 고객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그는 “급변하는 시장과 고객사의 다변화된 요구를 쉽게 따르기는 어렵지만 변화된 시장에 적극 대응해야 납품 업체도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우리가 생산성 혁신추진팀을 별도로 설치하고 공정 자동화에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는 차 부싱 및 고무부품을 구매할 때 세명을 먼저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세명기업에 없는 게 3가지가 있다고 했다. 바로 지연·학연·혈연이다. 100% 공채로 직원을 뽑는다. 현재 근무하는 임원들도 모두 신입부터 시작한 직원들이다. 그는 “모두 함께 이익을 공유하고 나눌 것”이라며 “지역사회 롤모델 기업이 될 수 있도록 행복한 나눔 경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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