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상승세를 보였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올 들어서만 13.87% 상승했다. 5만 원 중반대에서 올해를 시작한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0.80% 상승하며 6만32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보다 2.19% 오른 8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장주뿐 아니라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주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도 대부분 강세를 보였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일제히 급등하면서 국내 반도체 투자 심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반도체 대표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지는 29일(현지 시간) 전일 대비 4.26달러(7.19%) 급등한 63.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주 상승 원인은 반도체 불황이 바닥을 지나가고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론은 2023 회계연도 2분기(지난 해 12월∼올해 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하고 23억 달러(약 3조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업황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에 오히려 주가가 상승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수개월 내에 수요와 공급 균형이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본다”며 “다음 분기부터는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인공지능(AI) 분야의 성장으로 2025년 반도체 시장의 호황을 기대한다는 낙관적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장 예상치 수준에 머무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술주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선 현재 반도체 산업이 바닥을 지나고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하며 반도체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반도체 재고 피크아웃(정점 통과)과 반도체 가격 반등 시점은 올해 2∼3분기쯤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하면 지금이 반도체 업종 비중을 확대해야 할 시기라는 분석이다.
남대종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저점이 2·4분기 말에서 3·4분기 초에 형성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실적에 대한 우려가 발생하더라도 주가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감산으로 인한 반도체 업황 개선과 함께 정부의 반도체 산업 투자 기대감도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다.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위한 3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하면 반도체 소부장주가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박성홍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이 반도체 전공정 소재·부품업체들이 선제적으로 비중을 확대할 적기”라며 “메모리와 비메모리 수요 증가로 주요 고객사의 증설 필요성이 커지면서 소재·부품업체들의 TAM(접근 가능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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