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지수가 연일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코스닥 신용 잔고는 9조1804억 원으로 같은 날 코스피 신용 잔고(9조398억 원)보다 큰 규모를 나타냈다. 22일과 23일에 이어 사흘째 코스피 신용 잔고를 넘기며 격차를 벌리는 중이다. 코스닥 신용 잔고는 8일(9조217억 원)과 9일(9조652억 원)에도 코스피 신용 잔고를 웃돌았다. 8일 이전에 코스닥 신용 잔고가 코스피 신용 잔고를 넘어선 것은 2020년 11월 17일이 마지막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코스닥 신용 잔고가 코스피 신용 잔고를 넘긴 날이 하루도 없었다.
이 같은 빚투의 증가는 연초부터 지속된 코스닥 강세 현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이후 28일까지 코스닥(24.1%)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9.4%)를 훌쩍 웃돈다. 코스닥 하루 평균거래 대금(2월 1일∼3월 23일)은 10조7762억 원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하루 평균 거래 대금(8조2713억 원)보다 30.3% 많은 수준이다. 통상 코스피 거래 대금이 코스닥보다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특히 이차전지 테마가 각광받으면서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중에서도 코스닥 1, 2위 종목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 개인들의 ‘몰빵’이 이어졌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는 올 초 대비 지난 28일 종가가 각각 294%, 139%나 폭등했다.
이러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코스닥 과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일부 대형주가 급등하면서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주가가 급등한 이차전지나 로봇 등 종목은 기업 실적 등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아 기대 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일부 종목 쏠림세가 계속되면서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닥 지수는 강보합이었는데 유독 하락한 종목 수가 상당히 많거나 지수는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도 하락한 종목 수가 상승한 종목 수보다 많기도 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면 중소형주로서의 코스닥 지수는 이미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경기, 유동성 등 전반적인 상승 모멘텀이 약해지면 종목 선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강세를 이어온 이차전지에 차익 실현하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한동안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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