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2월 연체율 0.01%P 올라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상승세
저축銀도 연체 늘고 실적 급감
당국 압박에 ‘3%대’ 주담대 등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금리 인상의 여파가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과 저축은행 실적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금리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올해까지 높은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시중·저축은행 연체율 또 상승
2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2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로 집계됐다. 1월(0.08%)보다 0.01%포인트 높아졌고, 1년 전(0.04%)과 비교하면 0.05%포인트 상승했다. 새로운 부실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인 신규 연체율은 지난해 7월까지 0.04%를 유지했지만, 하반기부터 계속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고정 이하 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 비율 평균도 2월 0.27%로, 1월보다 0.03%포인트 높아졌다.
저축은행 79곳의 지난해 말 연체율도 3.4%로 1년 전(2.5%)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저축은행 등 상위 5개사 중에서 OK저축은행의 연체율이 4.93%로 가장 높았다. 전년 대비 1.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도 4.12%로 2021년보다 1.78%포인트 올랐다.
연체율 상승과 동시에 저축은행들의 실적은 급감했다. 상위 5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은 6952억 원으로 전년(8764억 원) 대비 20.7% 감소했다. 그중 OK저축은행은 지난해 1387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전년(2434억 원)과 비교하면 43%나 줄어들었다. 페퍼저축은행 당기순이익 역시 2021년(817억 원) 대비 37% 감소한 513억 원에 그쳤다. 웰컴저축은행은 16% 감소한 936억 원,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전년보다 7% 감소한 832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도 328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전년보다 6% 감소했다.
● 고금리 여파 당분간 이어져
연체율 상승과 저축은행의 실적 감소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3.5%까지 높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워진 자영업자나 저금리로 돈을 빌렸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 등 가계와 개인사업자들이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빚을 제때 갚지 못해 연체율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연체율은 계속 오를 수 있다.
다만 지난달 31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5.856%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달 전(4.41∼6.522%)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5%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 하락이 큰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보인다. 또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추면서 금리가 더 많이 떨어졌다. 시중은행의 3%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2월 이후 처음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가 정점일 때보다 많이 내렸다고는 해도 올해 말까지는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신용보증을 확대해 취약계층이 지금보다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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