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정부-업계요구 반영 지침 발표
“FTA 체결國서 가공땐 보조금”…국내업체, 中-印尼 광물 사용 가능
보조금 배제 ‘우려국’ 내용 안담겨…中의존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해야
미국이 한국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중국 인도네시아 광물도 한국에서 가공하면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변경했다. 부품 요건도 완화해 국내 배터리 업체는 현재 공급망을 유지한 채 미국 시장 공략이 가능해졌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세액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IRA 세부지침 규정안을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배터리협회는 “광물 조달과 핵심 부품 범위에 대해 요구했던 바가 거의 반영됐다”며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세부지침에도 사실상 중국을 뜻하는 ‘우려국가(foreign entity of concern)’와 관련된 보조금 배제 조건의 상세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당장은 리튬 코발트 흑연 등 중국이 장악한 주요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배터리 제조에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아예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와 업계에 공급망 다변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은 셈이다.
● 中·인니 광물로 배터리 제조 가능해져
지난해 8월 공개된 IRA법상 배터리 핵심 광물과 핵심 부품 범위가 세부지침을 통해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우리 정부와 한국 배터리 업체들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면 올해부터 배터리 핵심 광물은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해야 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은 주로 중국,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에서 광물을 조달하는데 이들 지역은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곳이라 우려가 제기돼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핵심 광물의 경우 추출·가공 중 한 과정에서만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미국 또는 FTA 체결국에서 창출하면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한다고 규정했다. 산업부는 “FTA 미체결국에서 광물을 추출했더라도 FTA 체결국에서 가공해 5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면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지금처럼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배터리 양극판과 음극판의 구성물질인 각각의 활물질을 가루 형태로 한국에서 제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현지에서 양극판 및 음극판을 제조해 왔다. 미 재무부는 이번 세부지침에서 구성물질은 부품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 中 광물 의존도 낮춰야…“과제 남아”
이번 세부지침에는 보조금 배제 대상이 되는 중국 등 ‘우려국가’에 대한 정의와 규제 방식이 담기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우려국가에서 조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IRA 규정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조건은 중국 배터리의 미국 수출에 제약이 생겨 한국 배터리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동시에 배터리 제조에 중국 광물을 쓸 수 없어 ‘양날의 칼’이다. 당장은 중국산 핵심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 쓸 수 있지만 2025년부터는 이조차 아예 막힐 수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중국 등의 광물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이미 미국에 공장을 가동 중이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2025년 가동할 예정”이라며 “북미에 공장을 돌려 직접 생산하는 이상 IRA 기준 충족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번 발표에서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은 ‘광물협정’을 맺어 FTA 체결국에 준하는 국가가 됐지만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물 추출뿐 아니라 가공까지도 현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의견을 적극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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