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K금융, 新글로벌스탠더드로]
‘약한 고리’ 가계부채 2000조 육박, 경제규모 대비 비율 OECD 1위
저축은행-캐피털 연체율 급증, 대부업체 주담대는 1년새 3배로
2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최근 고금리 상황에서 한국 금융의 ‘약한 고리’ 중 하나로 꼽힌다. 금리 상승으로 높은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가계의 부실이 커질 경우 연체율 상승 등의 경로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인신용평가업체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개 이상 금융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2022년 말 기준 110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95만1000명)과 비교해 16.4%가 늘었다. 이들은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자부담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공식 집계하는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67조 원이지만 ‘숨은 빚’인 전세보증금까지 포함하면 3000조 원에 육박한다. 2021년 기준으로 경제 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난 다중채무자들은 연체율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취약 부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계속해서 증가세다. 저축은행의 경우 2021년 말 3.7%였던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4.7%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캐피털사도 2.0%에서 2.9%로, 카드사는 1.2%에서 2.5%로 급증했다.
서민들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체의 연체율 상승 추세도 심상치가 않다. 대부업계 대형 회원사 25곳의 전체 연체율은 올해 1월 기준 11.8%로, 1년 전(8.6%)보다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2년 1월 4.8%에서 올해 1월 12.0%로 3배 정도로 뛰었다.
정부는 아직까지 금융권의 연체율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변동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계기업과 취약 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 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 불안과 맞물려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돼 가계 부실이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남아있는 상황에서 급증하는 다중채무자들은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제2금융권은 자기자본비율(BIS)과 유동성 비율을 높이는 등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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