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수원 원전 체코 수출 신고서 반려… 사실상 수출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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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원전’ 기술 소유권 놓고
소송중인 웨스팅하우스 힘 실어줘
학계 “한미정상회담 의제로 올려야”

미국 정부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 신고서를 올 초 반려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기술 소유권을 두고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벌이는 가운데 미 정부가 한수원 수출에 사실상 제동을 건 것이다.

5일 정부와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에너지부에 한수원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사업 입찰 관련 신고서를 제출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원전을 제3국에 수출할 경우 미 에너지부에 신고 의무 등을 정해 놓은 미 연방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에 미 에너지부는 1월 19일 “에너지부 신고는 미국인이 제출해야 한다”고 회신하며 한수원 신고를 반려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 정부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출의 신고 주체를 자국 기업인 웨스팅하우스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이 체코에 수출하는 원전 노형은 APR1400으로 미국 원전업체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의 ‘시스템80플러스’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한수원은 1997년에 CE와 기술 사용 계약을 맺었으며, 웨스팅하우스는 CE를 2000년에 인수했다. 한수원은 자체 개발한 핵심 기술인 냉각재 펌프, 계측제어통합설비, 핵심설계 코드를 새로 적용해 APR1400을 개발했다.

이에 대해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의 원천기술 소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한수원은 핵심 기자재를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독자 기술로 봐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자사 동의 없이 한수원이 APR1400을 수출할 수 없다는 취지로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일각에선 한수원 신고 반려를 두고 미 정부가 웨스팅하우스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에너지부가 수출 신고서를 반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는 미 에너지부의 권고에 따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원전을 수출하는 데 특별한 장애는 없다”며 “현안을 해결해 가며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양국 정부가 ‘원전 동맹’이라는 목표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었다”며 “이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려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원전 체코 수출#한국형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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