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전년대비 95.8% 감소
수조 원대 반도체 적자에 감산 공식 인정
갤럭시 S23 시리즈 호조 덕에 적자 면해
‘반도체 한파’의 영향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1~3월) 지난해보다 약 96% 감소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1위 삼성전자도 공식적인 감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63조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7일 공시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19.0%, 영업이익은 95.8% 감소했다. 증권가에서 전망했던 영업이익 수준(1조 원)을 크게 밑돌았다. 영업이익 5900억 원을 올렸던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적은 영업이익이다.
이 같은 실적 충격은 반도체 적자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예상보다 더 부진한 탓에 반도체사업(DS)부문이 3조 원~4조 원대 적자를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에 더해 다수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간 탓에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크게 꺾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분기 동안 주요 IT 기업의 반도체 재고가 거의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는 메모리 반도체만큼은 아니지만,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실적이 하락했다.
적자폭이 커지자 삼성전자도 메모리 반도체 감산을 선언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2, 3위 기업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투자 축소와 반도체 감산에 돌입했지만, 메모리 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공정 전환에 따른 ‘기술적 감산’ 외에 웨이퍼 투입을 줄이거나 라인 가동을 멈추는 등의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는 “난이도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에 따른 비트그로스(B/G·비트 당 출하량 증가율) 제약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 확보에 주력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며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감산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된다”며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가겠다”며 투자는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잠정실적을 공시하며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3 시리즈의 판매 호조 영향으로 모바일경험(MX) 사업 등에서 호실적을 거둬 반도체 적자의 영향을 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이달 말 예정된 확정 실적발표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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