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부터 전기를 생산한 국내 3번째 원전 ‘고리 2호기’가 운영 허가 기간 만료로 8일 가동을 멈췄다. 현행법상 중단 없이 계속 운영될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운행 연장 절차가 늦어지면서 결국 멈춰섰다. 재가동까지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이 기간 발전 비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 전기료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탈원전 정책 여파, 2년 이상 중단 불가피
9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는 전날 오후 10시 운영 허가 기간 40년이 종료됨에 따라 원자로 가동을 중지했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2월 26일 핵연료를 장전하고 4월 9일 처음 임계(臨界)에 도달했다. 임계란 원자로 내 핵분열 반응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태로, 원자로가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 시점을 말한다. 고리 2호기의 원전 운영 기간은 이 최초 임계 날짜로부터 계산된다. 고리 2호기는 이후 출력 시험 등을 거쳐 같은 해 7월 25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40년간 부산 시민 330만 명이 약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19만5560GWh(기가와트시) 규모 전기를 생산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상 가동 중인 원전의 수명을 늘리려면 허가 만료 5~10년 전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계속운전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안전성 심사와 설비 개선 등 절차에 3, 4년이 소요된다. 즉, 허가 만료 시점부터 거꾸로 계산하면 고리 2호기의 경우 2019~2020년 관련 절차에 돌입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계속운전 절차를 시작하지 않았고, 결국 가동을 중지해야 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30일 원안위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고리 2호기가 재가동될 시점은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한수원은 2025년 6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통상 계속운전 허가 절차에 3, 4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 시점을 대폭 앞당긴 것. 한수원 관계자는 “고리 2호기는 운영 기간 중 이미 3248억 원 규모 설비 개선 등을 진행해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재가동 허가에 걸리는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는 수명 만료 원전 93% 계속운전”
고리2호기의 중단으로 전체 발전 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주요 발전원별 단가는 원자력이 kWh(킬로와트시) 당 52.5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액화천연가스(LNG)는 239.3원, 풍력과 태양광은 각각 191.7원, 191.5원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고리 2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LNG 화력발전으로 대체할 경우 연간 약 1조5000억 원이 더 든다. 중단 기간(2년 2개월)을 고려하면 3조 원 이상이 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액수만큼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면 전기료가 더 비싸지게 된다.
일각에선 수명이 다한 원전을 계속 사용하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단체는 7일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구정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원전 사고 시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설계수명에 도달했다고 발전소의 안전성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며 “세계적으로 운영 허가 기간이 만료된 원전 252기 중 93%(233기)는 계속운전 중이거나 한 차례 이상 계속운전을 실시한 뒤에야 영구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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