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대용신탁 제도 이용하면
금융기관이 상속재산 수익자에 이전
유언장은 기준 까다로워 다툼 여지
신탁하면 생전 자산 관리도 대행
Q. A 씨는 올해 65세로 최근 들어 건강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다. 몇 해 전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지내 왔고 자녀는 없다. A 씨의 가족은 수십 년째 연락하지 않고 지내는 사촌동생뿐이다. A 씨는 현재 자신을 보살펴주고 가족과 다름없이 지내는 지인에게 평생 일군 소중한 재산을 남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A. 통계청의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716만6000가구로 사상 처음 700만 가구를 돌파했다. 비율로는 전체의 33.4%다. 이처럼 1인 가구가 가족 형태의 대표적인 모습이 된 지는 오래지만 아직 이들의 상속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깊이 이뤄진 바 없다. 그러나 그 어떤 사회 구성원보다 더욱 철저하고 세밀하게 상속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이 바로 1인 가구다. 왜냐하면 1인 가구는 그 고민을 대신해줄 다른 가족 구성원이 없기 때문이다.
A 씨의 경우 재산을 어떻게 상속할지 미리 정해두지 않는다면, 그의 재산은 전부 사촌동생에게 상속될 것이다. 민법은 상속의 순위를 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은 4순위 상속인으로, A 씨처럼 다른 선순위 또는 동순위 상속인이 없는 경우 단독으로 상속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A 씨가 사촌동생이 아니라 평소 자신을 돌봐주는 고마운 지인에게 상속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가장 흔히 알고 있는 방식은 유언일 것이다. 그러나 유언은 유언장 작성 기준이 워낙 까다로워서 이를 충족하지 못한 경우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의 5종으로 정하고 있는데, 그중 자필증서를 예로 들면 유언자가 자필로 유언할 내용(전문), 일자(연월일), 주소 및 성명을 작성하고 날인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언이 무효로 되고 상속인들 간의 법정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 또 유효한 유언을 작성했다고 할지라도,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수나 곤란이 생길 여지가 있다.
그에 비해 유언대용신탁이라는 신탁제도를 이용하면 재산을 소유한 자(위탁자)는 금융기관(수탁자)과의 간편한 계약 체결로 재산을 상속할 자(수익자)를 쉽게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탁자의 사후에도 수탁자가 책임지고 지정된 수익자에게 재산을 이전하므로 집행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유언은 사후 상속 관계만을 정하는 것이므로 생전 자산 관리는 본인이 직접 하는 수밖에 없지만 유언대용신탁은 생전 자산 관리와 사후 상속 관계를 동시에 믿고 맡길 수 있는 제도이므로 생전부터 수탁자인 금융기관을 통해 전문적인 자산 관리가 가능하다.
유언대용신탁은 유류분 제도로 발생할 문제 해결에도 유용하다. 최근 법원은 상속 개시(피상속인의 사망)로부터 1년 이전에 이뤄진 유언대용신탁 계약의 경우 유류분 반환청구소송 대상 재산이 아니라는 취지의 판결을 한 바 있다. 유류분은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유족들이 유산의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권리를 의미한다. 해당 사건은 1, 2심까지만 진행되고 종결돼 아직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을 확인하지는 못한 상태다. 향후 대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지켜봐야겠지만 위 하급심 판결은 유언대용신탁을 한 경우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에 포함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줬다고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