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뤘던 결혼 수요 엔데믹에 급증
예식장은 21% 줄어 ‘부르는게 값’
고물가 겹쳐 ‘스드메’ 비용 30% 올라
피로연 음식 1000만원 더 들기도
2월부터 결혼 준비를 시작한 직장인 김모 씨(30)는 최근 결혼식장을 알아보면서 곤혹을 치렀다. 예식장이 많아 결혼의 메카로 불리는 서울 양재동이나 청담동 인근 예식장이 지난해보다 가격을 30∼40%가량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발품을 팔아도 “고민하는 동안 가격만 더 오를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김 씨는 연내 결혼하려던 일정을 내년 1월로 미루고 기존 예산보다 30%가량 오른 가격으로 웨딩홀을 잡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결혼을 미뤘던 예비부부들이 최근 식장으로 몰리면서 결혼식 비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수요가 한꺼번에 높아진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봄철 결혼식 시즌을 앞두고 ‘웨딩플레이션’으로 고민하는 예비부부들이 늘고 있다.
가장 큰 난관은 예식장 잡기다. 코로나19 시기 ‘결혼 불황’을 버티지 못한 예식장은 최근 급감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12월 951곳이던 전국 예식장 수는 지난해 750곳으로 21.1% 줄었다. 반면 엔데믹 시기로 진입하며 혼인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혼인 건수는 1만9900여 건으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1월 혼인 건수도 1만7926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5% 늘었다. 웨딩플래너 김모 씨는 “10년간 웨딩업계에 몸담으면서 처음으로 12월 31일 등 비수기에 결혼하는 이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예식장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실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웨딩홀의 경우 2년 전 상담 시(2022년 6월 결혼) 510만 원이었던 대관비 등 각종 비용이 지난달 견적(2024년 3월 결혼)에서는 700만 원까지로 올랐다. 강남구 웨딩홀 수는 2018년 12월 51곳에서 지난해 44곳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곳에서 결혼한 이모 씨(29)는 “6개월∼1년 전부터 문의해야 예약이 될까 말까 한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결혼식의 필수 준비물로 꼽히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코로나19를 거치며 가격이 뛰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인건비, 물가 폭등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결혼한 A 씨(31)는 최근 친구의 결혼을 돕던 중 자신이 진행했던 스드메 업체 견적이 한 해만에 30% 넘게 오른 것을 보고 놀랐다. 그는 “스드메 업체들이 엔데믹 이후 1년 안에 100만∼200만 원을 한 번에 올리기도 한다”고 했다.
피로연 음식값 역시 인플레이션으로 크게 올랐다. 내년 초여름 결혼하는 최모 씨는 지난해 친구가 결혼했던 서울 강남권 호텔에서 견적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한 해 사이 비용이 1300만 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피로연 음식에서만 총합 1000만 원가량이 올랐다. 최 씨는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서 내년 말 결혼하는 경우 피로연 비용이 이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고 안내받았다”며 “결혼 관련 비용이 터무니 없이 비싸져서 예비부부들은 첫발을 떼는 것부터 무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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