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CO2) 저감과 지역적 충돌은 전 세계 산업의 메가 트랜드를 변화시키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이슈가 탄소섬유 시장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량화를 통한 에너지 절감이 필수적인 가운데,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친환경 모빌리티로의 전환, 항공시장의 회복, 토목·건축, 스포츠 시장 수요 증가 등은 탄소섬유 공급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탄소섬유 시장은 연 13% 이상 성장하고 있다. 풍력 산업에서만 2030년까지 누적 수요 100만 t 이상이 요구되면서 신규 플레이어의 도전과 기존 플레이어의 확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기술 확보 및 대체재 출현 어려움 등의 높은 진입장벽은 탄소섬유 산업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품질만이 경쟁력이 되는 시장은 끝났다. 기존 플레이어들은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차별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노후 아크릴 섬유 공장을 인수합병해 탄소섬유 공장으로 전환하거나, 코로케이션 플랜트(Co-location plant·에너지 등 문제 해결을 공유하는 산업지대) 형태로 협력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탄소섬유 시장의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생산 기술과 생산 전략에 따른 제조 가격의 초격차화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시장은 고성능 분야와 범용 성능 분야로 확연히 양극화될 것이다. 그리고 저비용 범용 탄소섬유가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은 이미 kg당 10달러 목표 달성에 매진해 왔으며, 72K 이상의 탄소섬유와 360K의 산화섬유를 탄소섬유화하는 기술 개발 등 차별화된 생산 기술 개발과 함께 설비 대형화, 고성능 및 범용 탄소섬유 제조 인프라 스윙 체계 구축 등의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둘째, 수평적·수직적 협력 체계를 다양한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일본의 탄소섬유 메이커들은 다양한 기업들과 40개 이상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은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적절히 조절해 가면서 완성차 등을 중심으로 기업 간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셋째, 생산 사이트의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시장을 리드하는 탄소섬유 메이커들은 대륙별 탄소섬유 공급 기지를 확보하고 있다. 탄소섬유 생산 사이트는 단순히 생산 위치와 수요의 직접적 연관이 아닌 전략적 협력, 관세, 규제, 인증 등 복잡한 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친환경 산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탄소섬유 산업과도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다. 북미 항공 시장이 가장 큰 만큼 소재 생산기지화를 자국 내에 해야 함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넷째, 탄소섬유 리사이클 협력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탄소섬유 사용량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친환경 정책 대응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자체 기술 확보 또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폐기물 매립 금지 및 재활용 확대 법령 추진 등에 따라 리사이클 탄소섬유 시장은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항공 분야로의 적용이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유럽 에너지총국(DG ENER)의 자료에 따르면 향후 유일하게 급증할 교통수단은 항공 분야이며, 도심항공의 확대는 이를 더욱 촉진시킬 것이다.
탄소섬유는 국가 번영(인프라)과 생존(방위)에 관한 기초 소재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각국이 앞다퉈 자국 내 생산력을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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