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후 글로벌 은행위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우리나라의 경제·금융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장기적인 투자를 확대할 의사를 밝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존 그레이 블랙스톤 사장 겸 COO(최고운영책임자), 로빈 빈스 뉴욕멜론은행 CEO,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와 연이어 면담을 진행했다.
부총리가 주요 글로벌 금융사 CEO와 1대1 면담을 가진 건 2017년 유일호 전 부총리가 마이클 코뱃 전 씨티그룹 회장을 만난 이후 약 6년 만이다.
글로벌 CEO들은 면담에서 최근 월가에서 한국 금융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들어본 바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국내 외환시장 대외개방 및 거래시간 연장 등이 한국의 자본·외환시장 활성화에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정책 노력들이 글로벌 투자자들에 널리 공유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의 한국에 대한 오랜 관심과 투자가 그간 한미 경제금융 협력에 중요한 요소였다”며 “한국 정부도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강조했다.
면담에서 글로벌 금융사 CEO들은 SVB 사태 등으로 불거진 최근 은행권 불안에 대해선 시스템 리스크로의 확대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가 특정 은행의 자산·부채간 불일치(미스매치)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정책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은행권 불안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 미국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우려에 대해선 재택근무 확대 등으로 공실이 증가한 사무용 부동산 부문에 국한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CEO들은 분절화, 국가부채, 신용경색 등 3대 요인이 향후 미국 및 글로벌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국가부채가 급증했는데,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국채시장 변동성이 향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추 부총리는 “월가의 생생한 미국 및 국제금융 시장 상황과 리스크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며 “아직은 미국 정부 등의 개입으로 시장 상황이 큰 위기로 가지 않을 것 같지만 국가부채나 세계갈등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위험이) 산재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추 부총리는 글로벌 금융사 CEO들과 면담에 앞서 뉴욕 첫 일정으로 윌리엄 로즈 전 씨티그룹 부회장(현 글로벌 어드바이저 CEO)을 만났다.
로즈 전 부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국제채권위원단 의장으로서 국내은행의 단기외채 만기연장 협상을 주도했고 이 협상에 기여한 공로로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았다.
추 부총리는 “양국 간 굳건한 신뢰와 협력이 우리 경제의 발전과 성숙의 토대가 됐다”며 “향후에도 공고한 한미 동맹을 유지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에 로즈 전 부회장은 “한국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세계경제 분절화 등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잘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방위산업 등에 대한 글로벌 수요 확대와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시설 재배치가 한국에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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