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순위 가처분’, 낙찰자 인수가 원칙[이주현의 경매 길라잡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4일 03시 00분


가처분 권리 확정되면 소유권 상실
3년간 본안 소송 없으면 취소 가능
가처분 목적 달성되면 권리 말소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
평소 토지 투자에 관심이 많던 A 씨는 경매 물건을 검색하던 중 마음에 드는 임야를 발견했다. 도로에 접해 있어 향후 개발행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A 씨는 입찰 참여를 위해 권리 분석에 돌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소유자는 3명이고, 그중 한 명이 공유물 분할을 위해 경매를 신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법원 매각물건명세서에 ‘본 건 선순위 가처분 등기는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고 매수인에게 인수된다’라는 문구를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가처분이란 금전 이외의 물건이나 권리를 목적으로 하는 청구권을 지키기 위해 해당 부동산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저당권 설정 등의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다. 금전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하는 가압류와 구별된다.

쉬운 예로 누군가에게 사기를 당해 부동산 소유권을 빼앗겼다고 해보자. 사기꾼을 상대로 소유권을 다시 이전하기 위한 소송을 해야 하는데, 소송을 진행하는 사이 사기꾼이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릴 가능성 또한 매우 크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권’이라는 권리를 임시로나마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조치가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이다.

만약 경매물건에 선순위 가처분이 있으면 낙찰자가 인수하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가처분의 피보전권리(가처분으로 지키기 위한 권리)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확정되면 낙찰자가 대금을 모두 지급했더라도 나중에 소유권을 상실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다만 선순위 가처분이 있더라도 무조건 위험한 것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다. 채권자가 가처분한 후 3년(2005년 7월 28일 이후에 등기된 가처분) 동안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 또는 이해관계인은 가처분 취소를 신청할 수 있다. 이 기간이 지나면 취소의 요건이 완성된다.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가처분 취소에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다만 입찰자가 가처분권자의 본안 소송 제기 여부 및 그 시점을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가처분권자가 이미 목적을 달성했을 때는 선순위로 등기돼 있다고 하더라도 낙찰자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피보전권리가 근저당권 설정 등기 청구권인데, 일정 기간이 지난 후 가처분권자 명의로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선순위 가처분권자는 원하는 목적이 달성된 것이므로 말소돼야 한다.

처음 사례로 돌아가면 A 씨가 고민하는 선순위 가처분은 매각으로 소멸되지 않고 인수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피보전권리가 ‘공유물분할청구권’이었다. 이 물건의 경매 원인이 공유물 분할을 위한 형식적 경매라는 점이다. 즉, 공유물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다른 공유자 지분에 처분금지 가처분을 한 것으로서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매수인이 실질적으로 소유권 취득에 있어 영향을 받거나 인수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말소기준권리 이후에 등기된 후순위 가처분은 소멸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 피보전권리가 ‘건물의 철거 및 토지인도청구권’인 경우에는 후순위 가처분이라도 낙찰로 소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경매 물건은 토지를 제외한 건물만 매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낙찰받더라도 추후 건물이 철거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선순위 가처분#경매#낙찰자 인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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