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1~2%대 저리 신용대출 100건중 80% 이상이 전현직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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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이자율 하위 100건 분석
농협-국민, 대부분 공무원 전용상품… 하나 外 서민대출 상품 17건 그쳐
은행들 “공무원 신용등급 높은 탓”… 전문가 “고금리 저신용자 배려해야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준금리(연 3.50%)보다 낮은 1∼2%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또 이런 혜택을 보고 있는 대출자의 상당수가 공무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공무원은 ‘고금리 무풍지대’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은행별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의 적용 금리는 최저 1.32%에서 최고 3.36%였다. 이는 은행권 평균 신용대출 금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2월 예금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가중평균·잔액 기준)는 6.37%로 2013년 11월(6.39%)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농협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대부분이 공무원 전용 우대상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은 81건의 대출자가 일반직 공무원 40명, 교육공무원 31명, 소방공무원 3명, 군인공무원 3명, 기타공무원 3명, 경찰공무원 1명 등으로 확인됐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지방에 영업점이 많은 특성상 공무원들이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들의 신용등급이 높은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농협은행은 2016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중 94건의 대출자가 공무원과 공기업 관계자로 드러나 특혜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국민은행은 100건 중 37건이 공무원연금공단과 업무협약을 맺고 현직 공무원에게 제공하는 ‘KB공무원우대대출’ 상품이었다. 나머지 63건도 군인연금 수령자를 대상으로 한 ‘KB군인연금협약대출’로 결국 이자율 하위 100건 모두 전현직 공무원 우대상품이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특정직군 공무원 협약대출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수익을 얻기 위해 하는 사업이 아니다”라며 “퇴역군인이나 유족 등을 위한 공익 목적의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 “상생금융 고민해야”

신한은행(18건)과 우리은행(3건), 하나은행(1건) 등은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가운데 공무원이나 군인, 공기업 직원에 대한 대출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저금리 혜택은 대부분 고신용 고객에게 집중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이자율 하위 100건 가운데 40건은 대기업 직장인, 24건은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하위 100건 중 67건은 새희망홀씨 차주 및 취약계층에 대한 금리 우대가 적용된 대출이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에서 이자율 하위 100건에 포함된 서민 대출상품은 17건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고신용자에게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것이 시장원리에는 맞지만 금리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도록 저신용자를 어느 정도는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상호저축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16.96%에 달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은행이 영업과 마케팅을 위해 특정 직업 등을 우대하는 저금리 상품을 운용할 수 있지만 시중금리보다 현저하게 낮은 금리를 적용해 특혜를 준다면 다른 고객들은 손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출 건전성을 생각해야 하는 시중은행으로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을 마냥 확대할 수는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정책금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받는 서민들을 위해서도 금융정보 이외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금리를 낮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저금리#신용대출#공무원#신용등급#이자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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