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위험하다고?” 악성 루머 한방에 휘청…금융권 ‘가짜뉴스’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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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4월 16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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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견고함을 자랑했던 국내 금융업계가 뱅크런을 조장하는 ‘가짜뉴스’에 떨고있다. 업계에선 정보의 확산이 빠르고 비대면 금융 거래 비중도 높은 국내 시장 특성상, 가짜뉴스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실리콘밸리뱅크(SVB)같은 뱅크런 사태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차단하기 위해선 ‘공신력 있는 메시지’가 중요한 만큼, 개별 금융회사보다는 금융당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부터 ‘웰컴, OK저축은행 PF 1조원대 결손 발생, 지급정지 예정, 잔액 모두 인출 요망’이라는 지라시가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예금 인출 조짐이 감지되자 금융감독원은 두 저축은행의 건전성은 양호하다는 메시지를 냈다. 금감원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웰컴·OK저축은행 모두 BIS비율이 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순이익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오케이저축은행은 남대문 경찰서, 웰컴저축은행은 용산 경찰서에 지라시 유포자를 고발했다. 아직 지라시를 유포한 구체적인 경위는 전해지지 않았다.

금감원과 업계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큰 혼란은 빚어지진 않았으나 업계에선 조금만 더 늦었다면 위험할 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지라시 확산 이후 두 저축은행의 예금 잔액은 소폭 줄기도 했다. 타 저축은행에도 관련 문의가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라시가 SNS와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고 있었다”며 “더 늦었다면 업계 전반으로 공포감이 확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가짜뉴스는 언제든 다시 퍼질 수 있다. 가짜뉴스는 사회의 ‘약한 고리’를 자극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라시는 허위 사실로 밝혀졌지만,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에 노출돼있는 건 사실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은행·보험·증권·여전사·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 제외)의 지난 연말 기준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0.82%p 올랐다. 지난 달 SVB 파산 이후 국내 금융회사도 위험하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일부 은행은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디지털 인프라’가 촘촘히 갖춰져 있는 한국사회 특성상, 국내 금융업계는 가짜뉴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에서 볼 수 있듯 가짜뉴스가 빠르게 퍼질 수 있는 데다, 언제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대면 채널까지 활성화 돼있기때문이다. 가짜뉴스로 인한 ‘뱅크런’이 일어날 최적의 요건을 갖춘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은행 입출금 거래 중 인터넷뱅킹 비중은 77.7%로 10명 중 7명 이상은 비대면 금융거래를 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같은 한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를 지적했다. 이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출장 중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VB 파산과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뱅크런(예금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16위 규모였던 SVB가 36시간 만에 파산하게 된 주요 요인중 하나로 ‘디지털 환경’이 지목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에 대해 금융당국이 지나칠 정도로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짜뉴스는 대중의 막연한 공포를 먹이로 삼는 만큼, 개별 금융회사가 아닌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허위 사실로 판명된 악성 루머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이 회사는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야 한다”며 “설령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대응책이 있다는 점도 알려 불안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앞으로 금융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고발 등 엄중 대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간부회의에서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악의적 유언비어의 유포는 금융시장의 불안 및 금융회사의 건전성 등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며 “허위사실 유포자에 대한 즉각 고발 등 법적 조치를 포함하여 검·경 등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적극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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