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단이 산업지도 바꾼다]
‘원팀’으로 뭉쳐 차별화 전략 구상… 시스템반도체용 패키징 분야 집중
삼성전자-GIST와 인력 양성 협약… 재생에너지-관련기업 등 기반 갖춰
최근 반도체 분야 과기부 공모 선정 “미래 첨단전략산업 중심지로 도약”
광주시와 전남도는 ‘원팀’으로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8기 상생 ‘1호’ 협력사업으로 시도 접경지역에 ‘시스템반도체용 차세대 패키징 특화단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미래를 선도하는 첨단 전략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풍부한 재생에너지, 넓은 부지, 탁월한 정주 여건 등 우수한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추진단 꾸리고 반도체산업 육성 협약 체결
광주·전남이 원팀으로 첨단특화단지 유치에 나선 건 지방 소멸의 위기감 때문이다. ‘지방 소멸’을 ‘지방 부활’로 반전시키려면 미래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초광역 협력사업을 통해 공동 대처하기로 한 것이다.
두 광역자치단체는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타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을 준비해 왔다.
먼저 손을 잡고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추진단을 꾸렸다. 반도체 전문가로 꾸려진 반도체산업 육성 추진위원회와 반도체 인재양성위원회도 만들었다. 한국팹리스산업협회, 한국PCB&반도체패키징산업협회 등 반도체 관련 5개 기관과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삼성전자, LG이노텍 같은 든든한 우군도 얻었다. 광주시는 삼성전자,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계약학과 신설 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GIST는 내년 봄 학기부터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해 해마다 30명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반도체 공정 중심의 교과 과정을 배우고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은 “광주를 거점으로 우수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면 부족한 반도체 공정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균형발전뿐만 아니라 반도체 인력 양성 생태계 구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광주시와 전남도, LG이노텍, 무소속 양향자 의원 등은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지방 소멸·에너지·기후변화 위기 극복, 첨단 전략산업 육성, 입법 활동 지원 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이미 성과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최근 원팀으로 도전한 지역혁신 메가프로젝트 공모에 최종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국 4개 권역에 총 5개 과제를 선정했는데, 광주·전남이 공동으로 신청한 ‘초시각(슈퍼비전) 인공지능(AI)을 위한 겹눈 모방 신경모사(뉴로모픽)’가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 재생에너지 등 우수한 인프라 강점
광주·전남은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될 경우 시스템반도체용 차세대 패키징 분야 육성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대규모 생산 체계를 갖춰야 하는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다품종·소량 생산이 가능한 패키징 분야에 더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광주·전남에는 세계 2위 반도체 후공정 글로벌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가 자리 잡고 있다. 또 GIST, 한국에너지공과대, 전남대 등 반도체 전문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도 다수 포진해 있다. 해당 대학에 반도체 등 첨단분야 학과를 신설할 경우 석·박사급 인재를 충분히 양성할 수 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도 강점이다. 광주·전남은 기업에서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실현이 가능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전남은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5.52TWh(테라와트시)로 전국 1위다.
첨단특화단지 부지와 기반 인프라가 이미 확보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광주·전남은 광주 광산구와 북구, 전남 장성군 등에 이미 특화단지 부지를 확보했다. 부지 내 용수 공급과 폐수 처리는 물론이고 교통 전력 가스 등 대부분의 인프라가 이미 조성돼 특화단지 운영에 투입되는 국가 예산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전남은 천년을 함께해 온 공동운명체”라며 “유일하게 광역자치단체 간 협력으로 첨단특화단지를 신청한 만큼 둘의 강점을 활용해 대한민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광주·전남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반도체산업 육성의 최적지”라며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염원인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를 위해 원팀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역 간 시너지 창출 국가 균형발전 도움”
김종갑 반도체산업 육성 추진위원장
“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고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선 광주·전남에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첨단특화단지)가 꼭 들어서야 합니다.”
김종갑 광주·전남 반도체산업 육성 추진위원장(72·사진)은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전남 반도체 특화단지는 광주의 인공지능(AI)·자동차 산업, 전남의 에너지·우주항공 산업과 연계하며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전력과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등을 지닌 반도체 전문가다. 아래는 일문일답.
―광주·전남에 반도체 특화단지는 어떤 의미인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시도 2곳이 힘을 모아 초광역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하려 한다. 광주·전남에 반도체 특화단지가 조성되면 반도체 관련 기업 집적화로 전후방 연관산업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며 지역 전체가 미래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광주·전남이 내세우는 전략이 뭔가.
“해상풍력·태양광 등 전국 최고 수준의 재생에너지 자원과 한빛원전 전력을 활용해 반도체 특화단지에 적합한 에너지 믹스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안정적 특화단지 운영을 위해 핵심 선결 요건인 대상 부지는 이미 확보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 2위 지역이면서,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 집적지로 에너지 신산업 관련 전력반도체 핵심기술 연구개발의 최적지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에 비해 반도체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메모리반도체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시스템반도체는 다르다. 수도권 자원만으로 시스템반도체 강국이 되긴 어렵다. 결국 지역별 강점을 모두 활용해야 성공할수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로는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고, 동시에 미래 국가 반도체 산업을 이끌 성장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 지정돼야 한다.” ―지역의 유치 열기가 대단하다.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은 광주·전남의 가장 큰 현안이자 350만 시·도민의 간절한 염원이다. 앞으로 진행될 심사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광주·전남이 반도체 첨단특화단지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역민과 함께 온 힘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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