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선전 ‘차이나플라스 2023’ 가보니
기계적 재활용 오염제거 한계 극복
‘해중합’ 기술 주목… SK-롯데 선보여
폐어망서 추출 플라스틱 제품 등 전시
“‘리사이클링(recycling·재활용)’ 주제를 다루지 않는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네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17일 세계 3대 플라스틱·고무 박람회 ‘차이나플라스(Chinaplas) 2023’이 열린 중국 선전 국제 컨벤션센터. 이곳에서 만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행사장을 둘러보던 중 이같이 말했다.
● 석유화학의 ‘대세’가 된 리사이클링
실제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한 LG화학, 롯데케미칼, 코오롱 등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화학기업인 독일 바스프, 네덜란드 라이온델바젤, 중국 석유화학 산업을 이끄는 시노펙(중국석유화공)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하나같이 ‘recycle’을 부스 전면에 내세워 재활용 기술을 뽐냈다. 전 세계 3900여 업체가 참여한 이번 차이나플라스의 주제는 ‘더 스마트하고 환경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혁신 기술’이었다.
바스프는 폐기되는 어망을 모아 재활용한 플라스틱 타일을 전시했다. 폐어망은 보통 다시 쓸 수 없는 수준으로 손상이 심한 경우가 많다. 바스프는 플라스틱 소재의 특성을 되살리고 성능을 향상시키는 첨가제를 활용해 4.5kg 폐어망으로 1㎡의 타일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코오롱플라스틱도 폐어망에서 추출한 나일론 원료를 기반으로 만든 어시스트암(기계장치의 지지대)을 선보였다. LG화학은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를 활용해 만든 포대를 진열했다.
● 기계적 재활용에서 화학적 재활용으로
이전보다 진보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도 대거 등장했다. 보통 페트병이라고 불리는 폴리에스터(PET) 소재는 이물질이 거의 없는 깨끗한 상태여야 재활용할 수 있다. 기름때가 묻거나 색이 입혀진 페트로는 일상에서 마시는 투명색 물병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이 분쇄, 세척 등 물리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기계적 재활용’에 머무른 데 따른 한계였다.
국내 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화학 처리해 불순물 없는 순도 높은 폴리에스터를 뽑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화학적으로 뭉치고 결합돼 있던 상태를 해부시킨 뒤 맑고 투명한 페트병으로 다시 만드는 ‘해중합’이다.
SK지오센트릭은 폴리에스터 섬유로 만든 남색 라운드티를 해중합해 만든 콘셉트로 에비앙 물병과 록시땅 샤워오일병을 전시했다. 롯데케미칼도 빨강, 파랑, 초록 등 각양각색의 폐플라스틱 조각을 해중합해 재활용한 투명한 색깔의 칠성사이다 병을 내놨다.
● “재활용도 돈 되는 사업” 속도 내는 기업들
이러한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무한정 다시 쓸 수 있어 ‘도시유전’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기계적 재활용은 거듭할수록 분자가 훼손돼 2, 3번 쓰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서강준 롯데케미칼 친환경 PET 프로젝트팀 리더는 “이제 플라스틱 재활용의 주인공이 화학적 재활용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했다. 나 사장은 “기계적 재활용은 상태가 좋은 플라스틱 위주로 쓰기 때문에 단가가 비싸고 마진이 작다”며 “반면 화학적 재활용은 훨씬 가치가 낮은 제품을 투입해 비싸게 팔 수 있어 기술력만 갖춘다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SK지오센트릭은 특히 2025년 목표로 울산에 짓는 플라스틱 재활용 단지 ‘ARC’로 주목받았다. 화학적 재활용의 대표 공정인 해중합, 열분해, 용매 기반 정제가 모두 가능한 클러스터다. 3대 공정을 한데 모은 단지는 전 세계에서 ARC가 처음이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2024년까지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설비를 연 11만 t 규모로 구축할 계획이다. LG화학도 2024년까지 3100억 원을 들여 충남 당진에 열분해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연 2만5000t 규모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재활용 플라스틱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내놓았고 중국 역시 ‘순환경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기업들도 갈수록 ‘친환경’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여서 재활용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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