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가 연 3%대까지 내려갔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저축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의 금리 평균값은 연 14.87%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연 14.75%였는데 올 1월(14.82%)과 2월(14.87%) 두 달 연속 올랐다. 시중은행들의 신규 가계대출 금리가 지난해 12월 연 5.60%에서 올 2월에 5.22%까지 내려간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연 3%대까지 떨어졌다.
NH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가계대출 금리도 2월 연 5.91%로 1월(5.79%)보다 올랐다. 1월에는 한 달 전(5.84%)보다 내려갔는데 2월 들어 다시 반등했다. 손해보험사가 취급하는 대출 금리도 다시 상승세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보사의 신용대출(무증빙형) 금리 평균은 2월 연 10.3%로, 1월(9.99%)보다 소폭 올랐다.
은행권과 달리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대출 금리가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것은 지난해 경쟁적으로 수신 금리를 올린 여파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권이 예금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저축은행들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수신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며 “그때 불어난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하려면 대출 금리를 쉽게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2금융권의 이자 부담이 이처럼 커짐에 따라 취약계층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저축은행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법정 최고 한도에 근접하는 고금리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비중이 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월 국내 30여 개 저축은행의 신규 신용대출 가운데 연 18%가 넘는 고금리를 적용받는 비중(금액 기준)은 평균 36.07%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29.85%였는데 큰 폭으로 올랐다. OK저축은행(66.29%), SBI저축은행(47.76%), 웰컴저축은행(45.78%) 등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서도 고금리 신용대출 비중이 40%를 넘는 곳이 많았다.
문제는 이런 고금리 대출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서민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저축은행권은 부실 위험이 높은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는 이들은 연 수백 %에 달하는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릴 우려가 크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현재 법정 최고 금리가 20%로 제한돼 있어 이 범위 내에서는 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내줄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마진을 경고하며 수신 금리 경쟁이 과열됐다”면서 “은행보다 금리를 높게 줘야 자금 조달이 가능한 저축은행은 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높게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