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성동구의 한 사무실에 모인 회사들은 이런 질문에 해답을 내놓은 곳들이었다. 스타트업 어썸레이와 엘디카본, 그리고 이들을 주목하고 있는 임팩트 투자사 인비저닝파트너스가 주인공이었다.
이날은 국내 최대 민간 사회적가치 플랫폼인 ‘SOVAC(소셜밸류커넥트)’가 마련한 IR(투자설명회) 4월 세션이 열렸다. SOVAC는 매달 임팩트 투자자와 사회적기업·소셜벤처가 만나 사업 아이템을 소개하고 임팩트 투자의 철학과 관점을 나누는 IR 세션을 개최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단순히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 필터 폐기물 없이 공기 정화를 가능하게
최근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기청정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날 세션에 참여한 어썸레이는 정전기의 원리에서 착안해 버려지는 공기청정기 필터 없이도 공기 중 미세먼지와 세균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한 곳이다.
어썸레이는 김세훈 대표를 비롯해 서울대 재료공학부 박사 출신 4명이 일하고 있는 5년 차 스타트업이다. 자체 생산하는 탄소나노튜브 섬유 소재와 차세대 엑스레이 기기 부품을 활용해 오염물질 제거 솔루션을 개발해냈다. 공기 중 입자에 정전기를 유발시켜 집진판으로 붙잡는 기술이다. 2019년 말 건물용 제품을 출시했고 올해 주거용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서울대에서 8년째 기술사업화 강의도 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및 정부 자문위원으로 기술사업화에 다양한 의견을 내고 있다. 그는 “시간과 노력이 분산된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또 다른 의미의 사회적 기여 활동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인비저닝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7∼12월) 이곳에 대한 시리즈B 투자를 주도했다. 시리즈B 투자 규모만 총 170억 원으로, 어썸레이의 누적 투자액은 260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 자체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라운드도 계획 중이다. 김용현 인비저닝파트너스 대표는 “어썸레이는 사업 역량이 뛰어난 연구자가 소명의식을 품으면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 버려진 타이어에서 석유·카본블랙 추출
이날 함께 초청된 엘디카본도 인비저닝파트너스에서 주목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엘디카본은 폐타이어를 석유와 카본블랙으로 분해하는 친환경 공법을 개발했다. 제품에서 자원을 재생산하는 셈이다. 회사는 국내에서 10만 t의 석유와 카본블랙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디카본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매년 약 15억 개의 타이어가 폐기되고, 이 중 4분의 1가량이 소각 처리되며 심각한 탄소배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폐타이어로 인한 환경오염은 매년 약 1조6000억 원 규모의 경제손실을 일으킨다.
2017년 설립된 엘디카본은 폐타이어 열분해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경북 김천 공장 및 2024년 완공될 충남 당진 공장에서 이뤄지는 폐타이어의 열분해 과정에서 석유와 카본블랙 외에도 친환경 아스팔트 개질제 등 여러 자원을 재생산한다. 올해 시리즈B 투자를 마치고 국내 생산능력 확대와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최용락 엘디카본 이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북미 지역은 특히 폐타이어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에너지 회사와 타이어 제조공장들이 활발히 생산활동을 하고 있지만 우리와 같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회사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공장 증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이를 해외 지역에 다수 복제해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 환경·사회 문제를 큰 시장의 기회로
이날 세션에서 인비저닝파트너스는 국내 1세대 임팩트 투자사 옐로우독을 전신으로 한다. 옐로우독 대표를 지낸 제현주 대표, 한화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였던 김용현 대표, 옐로우독 파트너로 재직했던 차지은 파트너가 옐로우독의 투자자산을 이관받아 2021년 인비저닝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인비저닝은 핵심 투자 영역을 기후변화, 건강·복지, 교육, 미래 노동으로 규정했다. 이 중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0년부터 투자 우선순위로 삼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한국, 미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41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이 중 기후테크 솔루션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용현 대표는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큰 시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해결하려는 사회 문제의 크기가 곧 시장의 크기를 의미한다고 여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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